덕질과 교통사고를 합친 ‘덕통사고’라는 신조어는 어느새인가 배우 우도환(25)의 뒤를 따랐고 단 몇 분의 등장만으로 관객들을 “치어버렸다.”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관객들은 느닷없이, 거부할 틈 없이 스냅백과 우도환에게 매료돼버린 것이다.
이제 막 연예계에 발을 디딘 신인 배우 우도환은 이런 관객들의 반응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조의석 감독과 배우 이병헌·강동원·김우빈과 호흡을 맞춘 것”도 꿈만 같은데, 개봉 후 관객들의 쏟아지는 관심은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인 것이다.
“사실 좀 부끄러워요.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아해 주실 줄 몰랐거든요.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김 엄마(진경 분)와의 텐션이 정말 인상 깊었다. 캐릭터, 배우 이름도 모른 채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 하하하. 캐릭터 이름은 스냅백이다. 생각 외로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기쁘다.
조의석 감독이 인터뷰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 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감독님은 정말 좋은 분이다. 온화하고 인자하시고 제가 뭘 하든 항상 웃어주셨다. 제 인생의 은인이시다. 언젠가는 그 은혜를 꼭 갚고 싶다.
스냅백 역은 오디션을 통해 만났나?
- 오디션을 통해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 스냅백 역을 맡게 된 건 오디션에 합격하고 난 뒤 알았다. 오디션 당시 제가 가진 모든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밝은 면, 차가운 면 등을 보여드렸는데 감독님께서 ‘아이 같으면서도 살인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친구를 원했다’고 하시더라.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제가 이 영화에 함께하고 싶다는 걸 많이 어필했던 것 같다.
스냅백의 첫인상은 어땠나?
- 너무 떨렸다. 말도 없고, 돈에 움직이는 배신이 쉬운 인물이다. 저는 그 모습에서 더 아이 같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더라도 이 아이 같은 모습을 끝까지 가져가자고 생각했다. 캐스팅되고 나서는 매일 헬스장에 갔다. 킬러 같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운동도 하고 몸을 만들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외적인 모습이 강렬했다. 스냅백의 외적 모습에 아이디어를 낸 것이 있나?
- 강렬한 타투가 있었으면 했다. 감독님께 말씀드리니 이미 생각하고 계셨다고 하시더라. 머리 스타일이나 의상 같은 부분들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저는 운을 뗐을 뿐이지 모든 건 감독님과 의상 감독님, 분장 감독님께서 해주셨다.
스냅백은 전사가 궁금한 인물이다. 수없이 갈등하는 속내도 궁금하고
- 극 중 벙거지 역의 (박)해수 형과 많이 만든 것 같아요. 캐스팅된 뒤부터 액션스쿨에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요.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만났는지 왜 둘이 다니는지 생각했죠. 캐릭터 설명이 많이 없어서요. 해수 형과 어떤 케미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박해수에게 의지를 많이 했나보다
- 형과 저는 같은 학교(단국대) 출신이라서 더 편했던 것 같다. 많은 얘기를 하고 많이 배웠다. 아마 형이 없었으면 마닐라 촬영도 어려웠을 거다.
벙거지와의 케미도 좋았지만 사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진경과의 케미였다
- 진경 선배님과 만날 땐 더 아이 같은 모습이 나오길 바랐다. 원래는 ‘누굴 구할 거야?’라는 진 회장의 질문을 받고 씩 웃는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됐다. 만약 그게 보였다면 지금과는 다른 해석이 나올 것 같다. 항상 아쉬운 점이 있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만큼 제가 소화를 못 하는 것 같아서.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NG가 잦은 신도 있었다고
- 핸드폰 때문에. 하하하. 진회장의 전화를 받고 바로 총을 꺼내야 하는데 제 생각한 부분과 감독님의 생각이 조금 달랐다. 저는 오른손으로 전화를 보고 왼손으로 총을 쏘자는 거였고, 감독님은 왼손에서 전화기를 꺼내자고 하셨다. 그런데 긴장해야 하는 신이라서 그런지 실제로도 긴장을 해버려서 손이 마구 엉기고…. 하하하. 진경 선배와 감독님께서 나긋나긋하게 달래주셔서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이병헌 배우와 진경 배우 사이에서 연기하려니 얼마나 떨렸겠나
- 아직도 긴장된다. 생각만 했는데도! 하하하. 대본리딩할 때부터 떨리더니 의상 피팅에 촬영 현장에서도 긴장됐다. 워낙 내로라하시는 배우들인 데다가 제겐 이상형인 분들이라서 더 그랬다. 내가 이런 배우들이랑 연기한다고? 안 믿어졌다. 정말 많이 배웠다.
보기만 해도 공부가 된다는 게 그런 걸까?
- 이병헌 선배님은 목소리만 들어도 놀랍다. 대본리딩 때 연기하시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정말 최고의 배우인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항상 촬영 전날에 잠이 안 왔다.
연기적으로 도움받은 부분은?
- 총 쏘는 걸 배웠다. 아니 사실 배웠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르쳐 주셔도 안 되겠더라. 전작 ‘인천상륙작전’에서 배우긴 했는데 군인과 킬러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이병헌 선배님께 자문했다. ‘어떻게 해야 킬러 같을까요?’ 여쭤봤더니 별말씀도 않고 총을 장전하시더라. 보는 순간 ‘아, 이건 못 따라 하겠다’ 싶었다. 그냥 제 방식대로 총을 가지고 놀기도 했다. 익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극 중 스냅백은 진회장과 김엄마 사이에서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인다. 이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
- 저는 눈을 어떻게 떠야 하는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친구의 눈은 어떨까? 고민을 많이 하고 그 부분에도 노력했던 것 같다. 일단 그 직업을 잘 살려보고 싶어서 화려하지 않아도 자유분방한 삐딱함을 연기하려고 했다. 선배들의 연기는 보고만 있어도 숨이 막힌다. 언젠가 제게도 그런 날이 올까?
현장에서 막내였다. 김우빈 배우가 ‘막내에서 두 번째’라고 자주 얘기하곤 했었는데
- 우빈이 형을 보면서 막내로서 해야 할 일들을 많이 깨달았다. 정말 잘 챙겨주셨고, 가르침도 많이 주셨다. 배우를 하기 전부터 정말 좋아하던 배우라 ‘내 동생, 내 동생’하고 불러주시는 것에 어쩔 줄 모르겠더라.
이렇게 되면 강동원 이야길 빼놓을 수 없겠다
- 강동원 선배님은 정말 잘생겼다. 하하하. ‘늑대의 유혹’을 보고 완전히 반했었다. 막연히 ‘고등학생은 저렇게 멋있는 거구나’하는 생각도 했었다. 강동원 선배님은 정말 프로다. 터널에서 벙거지와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3일 연속으로 촬영을 해도 항상 웃는 얼굴이시더라. 연기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시고. 정말 선배들 한 분, 한 분 다 배울 점이 많았다.
말 그대로 연기 생활이 꿈같겠다. 좋아하는 배우들, 감독과 작품도 찍고. 이 모든 ‘꿈’의 시작은 무엇이었나?
- 19살 때 연기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연극을 하셨어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막연하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연기 학원에 다니고 입시를 하고, 회사(키이스트)에 들어오게 되었다. 늘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는 ‘대신 꿈을 이뤄주는 것 같아 고맙다’고 하신다. 저 역시도 그냥 모든 것에 감사하고 기쁘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주로 센 캐릭터를 맡고 있다. 이미지를 얻는다는 건 배우에게 득일 수도 실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이미지의 고착화에 대한 부담과 아쉬움은 없다. 오히려 더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더 잘 표현했어야 할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또 다른 이미지나 캐릭터를 맡으면 더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다음 작품으로 만날 때까지, 개인적으로 약속 한 가지 한다면?
- 다음에는 꼭 청춘물을 해보고 싶다. 교복을 입어보고 싶다. 하하하. 다음에 만나 뵐 때는 학창시절을 잘 표현한 작품, 캐릭터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