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석탄 가격 급등…국내 철강·조선사 ‘희비’

2017-01-0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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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고로 주상에서 한 직원이 15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며 쇳물 출선작업(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철강 제품의 원재료인 철광석과 가공에 쓰이는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철강업계는 ‘원가 반영의 현실화’라는 측면에서 환영하고 있는 반면, ‘수주 절벽’의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는 암울한 분위기다.

◆ 중국 구조조정 ‘반사이익’…철강업계 ‘반색’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열연 내수가격은 2016년 연초 대비 86.8% 상승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동남아시아와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적인 흐름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뚜렷한 수요 상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점탄과 철광석 등 원료가격 상승분이 제품가격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부터 철강, 화학, 석탄 등 원자재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한 것도 국내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 내 석탄 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60.8% 상승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1억5000만t의 철강 생산능력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500만t을 감축한 중국은 올해 4000만t을 추가로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철강사들도 새해부터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작년에는 경기침체 때문에 다른 업종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철강업계도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이번 달 출하분부터 열연강판과 후판 가격은 t당 12만원, 냉연강판은 t당 10만원씩 인상할 예정이며 고객사에도 인상 계획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2~3월 또는 상반기 말까지 같은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포스코는 가격 인상의 기준점이 되는 열연의 경우, 조선업 등 후방 산업계에 대한 부담을 고려해 2~3차례에 걸쳐 나눠 올릴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은 증권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포스코는 증권업계에서 꼽는 유망주에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년간 이어진 철강가격 하락과정에서 재고조정이 있었는데 이제는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비축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철강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선업계, 수익성 ‘빨간불’

선박 건조에 주로 쓰이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서 조선사들은 비상에 걸렸다.

가뜩이나 지난해 수주 절벽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게 되면 영업이익마저 줄어들어서다.

통상 선박 건조 대금 가운데 후판 구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산 후판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입산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이 대표적인 예다.

STX조선은 철강 3사가 후판 공급을 끊자,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산 후판을 사용해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이들이 STX조선해양으로부터 받아야 할 후판 대금은 총 847억원으로 포스코가 373억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제강(332억원), 현대제철(142억원) 순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조선가지수는 123포인트(100 기준)로 2004년 1월(123포인트)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신조선가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조선소들은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후판 가격 인상이 바닥을 찍은 신조선가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은 원가 반영 논리가 통하는 산업이라고 봤을 때 아무리 조선 업황이 좋지 않아도 후판값 인상이 선박 가격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면서 “그동안 눈치를 보던 선주사들이 이제는 발주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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