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 영화는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에요. 다르덴 형제의 사회 고발성 영화를 가장 좋아해요. 그들의 사회 성찰을 존경하고요. 그런 작품을 제가 만드는 건 어렵겠지만 15세관람가 상업영화를 찍는 감독으로서 그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사회 성찰을 담아내고자 해요.”
조의석 감독이 인생 영화로 꼽은 ‘로제타’는 1999년 벨기에와 프랑스가 합작한 다르덴 형제의 작품이다.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십대 소녀 로제타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18살의 로제타는 수습 기간이 끝나자 공장에서 쫓겨난다. 해고 통보를 받고 반항도 해보지만 그렇다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알코올 중독의 어머니와 함께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는 로제타에게 가난은 이제 일상이 됐다. 헌 옷을 주워서 어머니가 수선하면 그것을 내다 팔고, 음식이 풍족하지 않아 강에서 숭어를 잡을 때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살기는 어렵다. 공장에서 일한 기간이 짧아 실업급여는 나오지 않고, 다른 일거리를 찾는 일마저 불가능해 보인다.
일명 다르덴 형제로 불리는 장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은 벨기에의 영화 제작자이다. 둘이 함께 자신들 영화의 각본 및 프로듀스, 감독을 담당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이야기체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두 사람은 1990년대 중반 ‘약속’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되었으며, ‘로제타’로 199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처음으로 주요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제 영화 속에는 뒷모습이 많이 등장해요. 제임스(‘감시자들’)와 김재명(‘마스터’)이 대표적인 예죠. 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제가 ‘로제타’와 ‘아비정전’(감독 왕가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조의석 감독은 영화 ‘로제타’의 오프닝을 오프닝과 ‘아비정전’의 엔딩 장면을 언급하며 “그들의 뒷모습에서 모든 게 시작됐구나! 깨달았다”고 말했다.
“늘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를 봐요. 시나리오를 쓰기 전, 작품을 찍기 전에요.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품이지만 ‘저렇게 찍지 말자’고 다짐하죠. 언젠가 나이가 들어서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다면 그런 작품들에도 도전해보고 싶지만, 현재 저는 영화라는 산업 안에서 존재하고 있고 그러고 싶어요. 사실 그런 작품들은 남을 가르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그만큼의 경험과 회한, 깊은 시선이 필요하죠. 마흔 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런 통찰력은 부족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