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전국적으로 농가로부터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곳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의심 신고가 0건을 기록하게 됐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10건을 넘나들던 신고 건수가 27일 1건, 28일 0건 등 이틀 연속 주춤하면서 확산 기세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AI 바이러스 특성상 기온이 낮을수록 더 전파가 빠르게 되는 등 예측이 쉽지 않은 만큼 아직 안심하긴 이른 것으로 보고 일주일 정도 상황을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날 0시 현재 신고 건수 116건 가운데 113건이 확진됐다. 확진 농가를 포함해 예방적 살처분 후 검사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까지 포함하면 양성농가는 총 290개다. 인천 서구에 있는 소규모 토종닭 농가가 이 지역에서 첫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발생 지역은 10개 시·도, 36개 시·군으로 늘었다.
야생조류 확진 건수는 31건(H5N6형 30건, H5N8형 1건)이다. 살처분 마릿수는 2765만 마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6%는 닭이다.
농식품부는 경북 지역 산란계 밀집사육지역(6개소) 농장에 대한 차단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28일부터 전국 모든 방역대가 해제될 때까지 경북의 밀집사육지역 내 산란계 농장의 계란 및 사료 공급은 반드시 전용차량을 이용하고, 농장 밖에 있는 환적장을 통해서만 사료 등을 반입하도록 조치했다.
한편 가금생산자단체는 안일한 탁상행정으로 AI에 대처하려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나섰다.
대한양계협회·한국육계협회·한국토종닭협회·한국오리협회 등 가금생산자단체는 이날 "중앙정부는 AI 확산에 따른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적인 피해대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800만 마리에 가까운 닭·오리등 가금류가 살처분돼 2003년 AI 발생 이후 역대 최악의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효력미흡 소독약품 보급, 살처분 인력부족에 따른 매몰처리기한 지연 등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AI를 확산시키고 있다.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AI 확산에 따른 피해가 사회재난으로 명백하게 규정돼 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AI에 대한 책임을 농가에 전가시켜 보상금을 삭감하고, 살처분 비용까지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가금생산자단체 관계자는 "AI의 확산일로 상황에서 지난 28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AI 점검회의에서 일주일안에 AI 발생추세를 반드시 진정시키라는 주문을 했다"며 "천안 등 일부 지자체는 AI가 발생하지 않은 농가에 경찰을 동원해 예방적살처분을 강요하고 있어 그야말로 권한대행의 말 한마디에 산업의 피해는 전혀 아랑곳하지않고 가금류를 없애서 AI를 진정시키려는 탁상행정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