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광부 숙소나 위안소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곳으로, 지역 주민들조차 존재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역사관에서 기증 자료들을 전시·연구에 활용해 대중에게 알려준다면 점점 잊혀져가는 기억에 다시 한번 숨결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일문화연구소 김문길(71) 소장은 지난 20일 유물기증이 끝나고 이같이 말했다.
기증유물은 '조세이 탄광' 자료 4건, '야나기모토 해군비행장' 내 위안소 자료 15건, 복제 삿쿠(サック:콘돔) 1건 8점이다.
'조세이 탄광'은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위치한 수 킬로미터의 해저 갱도가 있는 곳으로 작업환경이 위험하다고 소문나 일본인 노동자들이 발길도 두지 않던 곳이다.
1942년 2월 3일 비극적인 해저 갱도 수몰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사망자 183명 중 조선인 사망자가 136명에 달했지만 현재까지도 유골 수습이 이뤄지지 못해 유가족에게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 소장이 기증한 조세이 탄광 자료는 약 10여년 전 수차례 현장을 방문해 광부 숙소 내·외부에서 수습한 자료들로 안전모·헤드랜턴·수통 등 갱도 내에서 사용하던 작업도구다.
'야나기모토 해군비행장'은 나라현 텐리시에 위치한 군 비행장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건설됐다. 앞선 연구를 통해 비행장 내 위안소 2개소의 존재가 밝혀졌다.
야나기모토 해군비행장 내 위안소 자료는 김 소장이 비행장 내 위안소를 방문해 수습한 자료들로, 대형 대바구니·저고리·도시락 등 당시 위안소 '위안부'들의 생활용품이다.
김 소장은 "대바구니는 '위안부'들이 자신의 전재산인 소지품을 보관·이동에 사용한 자료로 당시의 생활 일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전했다.
기증자료 중 유일한 복제품인 삿쿠는 김 소장이 일본 지인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삿쿠는 일본 내에서 실시한 위안부 관련 전시에서 사용됐던 것으로 전시 종료 후 김 소장에게 전해져 보관됐다.
강제동원 당시 삿쿠의 명칭은 '돌격 일번'으로 불렸다. 기증 삿쿠의 포장 봉투에 인쇄된 '突擊 一番(돌격 일번)'이 당시의 증언을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역사관 관계자는 "삿쿠는 실물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복원돼 역사관 전시·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소장은 안용복·박어둔 기념사업회 추진책임위원 이사, 임진왜란 코무덤 연구 환국학술부장 등 한일관계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