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왕자인(王佳音) 기자 =지금으로부터 1650년 전 북량(北涼)과 북위(北魏), 수(隋), 당(唐), 송(宋), 원(元), 회골(回鹘), 서하(西夏) 출신의 민간 화공들이 돌 하나하나에 정교한 그림을 그려 웅장하고 아름다운 둔황(敦煌) 벽화를 만들었다. 오늘날 현대인은 색연필과 종이로 화공들의 아름다운 필치를 모방하면서 중화 문화 보물의 신비함과 찬란함을 느끼고 있다.
최근 둔황연구원이 편찬한 ‘일대일로화둔황(一帶一路畫敦煌)’ 컬러링북 시리즈의 제3권인 <운상의상화상용(雲想衣裳花想容)>이 출간 후 한 달도 채 안돼 1만5000권이 판매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이전에 출판된 보살과 복식을 주제로 다룬 두 권의 컬러링북도 둔황연구원이 문화창의 분야에서 거둔 혁신이다.
준비된 아이디어, 심혈 기울인 작업
6개월 간의 노력 끝에 올 6월 컬러링북 시리즈 제1권인 <저성세, 여비천소원(這盛世, 如飛天所願)>이 탄생했다. 판매가는 48위안(약 8000원)으로, 색을 칠할 수 있도록 선으로 그린 둔황 벽화는 물론 벽화 소개도 있어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4쇄를 인쇄할 정도로 독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일대일로화둔황’ 컬러링 시리즈는 세 권이 한 세트다. 간쑤헝전(甘肅恒真)디지털문화과학기술유한공사와 베이징스팡싱지(北京十方星際)미디어과학기술유한공사가 공동기획하고 제작했다. 세 권은 일맥상통하면서도 각각 천녀, 보살, 복식을 소재로 해 쉽고 흥미롭게 둔황 석굴의 의미와 매력을 전달했다.
둔황벽화 정보를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컬러링북 제작팀은 심혈을 기울였다. 책에 수록된 색을 칠하도록 만든 선묘화는 둔황연구원이 과학기술을 이용해 고대 벽화에서 직접 추출해 제작한 것이다. 장정 디자인, 내용 편집, 이미지 처리, 조판과 색 교정 등의 단계에서 인력이 가장 많이 투입된 부분은 이미지 처리 단계였다. 이미지 가공 처리에만 수작업으로 선을 추출하는 미술 전문 인력과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 인력 20여 명이 참여했다. 계속 원고를 다듬고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소모됐고, 색 교정도 중요한 작업이었다. 이밖에 어려웠던 작업은 방대한 벽화 내용 중에서 컬러링에 적합한 부분을 선택해 대표성을 띄면서 체계적으로 디자인되도록 하는 일이었다. 딩샤오성은 이 부분에서 둔황연구원 문물디지털화연구소 전문가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운상의상화상용(雲想衣裳花想容)>은 역대 왕조와 시대, 다양한 민족의 대표적인 복식을 선별해 ‘독자가 즐겁고 가볍게 둔황 예술을 즐기도록 하자’는 출판 철학에 맞춰 둔황 벽화 예술의 소중한 정수를 담았다. 책 디자인팀은 이전 두 권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을 거듭해 컴퓨터 이미지 기술과 수공업 선묘 추출 방식을 결합하여 정보 환원도가 더 높고 더 정확하며 더 진짜 같은 유려하고 아름다운 라인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쉽게 그림을 모방해 그릴 수 있도록 했다.
컬러링북 안에는 트레싱페이퍼와 벽화의 진품 초상화 6장을 수록해 탁본 같은 옛 방식으로 벽화를 모사할 수 있도록 했다. 25세트로 된 ‘좌우 대조 시공간을 넘어서’ 컬러링 부분은 왼쪽엔 벽화 이미지를, 오른쪽은 색을 칠하는 흑백 선으로 되어 있어 좌우를 대조하면서 완성할 수 있다. 또한 장경동(藏經洞)의 대당 <금강경> 글씨를 수록해 진귀한 국보 경전의 글자 하나하나를 색연필로 칠할 수 있게 했다.
위안징야(袁靖亞) 컬러링북 시리즈 책임 편집자는 “천녀와 보살은 둔황의 중심 이미지로 먼저 출간된 두 권의 컬러링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벽화 속 건축과 복식도 디자인감이 강해 컬러링에 적합하다. 둔황 동굴과 경전 속에는 살아있는 듯 생생한 동물과 화초 도안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이것들을 모아 따로 출간하면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아마존 사이트의 독자 엘레나는 도서평에서 “컬러링북이라 이 책을 샀는데 색칠하기 아까울 정도다. 책에는 천녀의 역사가 설명돼 있고, 원화 다음에 컬러링 페이지를 넣었는데 원화가 너무 정교해서 색칠하기 아깝다”고 감탄했다.
실크로드 둔황을 ‘남기다’
실크로드의 ‘요충지’에 있는 둔황은 중국과 외국의 문명이 모이는 큰 무대였다. 둔황 컬러링북의 편집 기관인 둔황연구원은 세계문화유산인 둔황 막고굴과 전국 중점 문물 보호단위인 안시(安西) 유림굴(榆林窟), 둔황 서불동(西佛洞)의 보호와 관리·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종합적 성격의 국가 설립 전문기관이다. 둔황연구원의 전신은 1944년에 설립된 둔황예술연구소이고, 신중국 성립 후인 1950년에 둔황문물연구소가 설립됐다. 1984년 둔황문물연구소를 기반으로 둔황연구원이 확대 설립됐다.
최근 중국의 문화창의산업이 발전하는 것에 맞춰 둔황연구원도 다양한 문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컬러링북 같은 아이디어 상품은 시작에 불과하다. 올 4월 둔황연구원은 문화창의연구센터를 공식 설립하고 문화창의상품 및 행사 개발과 판매를 담당하도록 했다. 왕쉬둥 원장은 “우리는 상품을 많이 만들려는 게 아니다. 수준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플랫폼을 구축해 양질의 브랜드 자원과 협력 파트너, 둔황의 문화 자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둔황 투루판(吐魯番)학회 자문이자 둔황학 전문가이고, 중화서국 편심(編審)인 차이젠훙(柴劍虹)은 이번에 출판된 ‘일대일로화둔황’ 컬러링북 시리즈는 둔황연구원이 오랫동안 둔황 석굴 보호와 연구를 통해 축적한 자원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얻은 고해상도 이미지를 이용한 새로운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독자들은 독서와 감상을 하면서 둔황의 천녀, 보살, 각종 복식을 직접 모사하고 색칠하면서 시공을 넘고 과거와 현재를 융합해 아름다운 둔황 벽화와 채색 인형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더 나아가 실크로드 문화 교류와 상호 배움이 중화문명 촉진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보급형 책을 편집 출판한 것은 ‘일대일로’ 전략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시대에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혁신적인 일이다.
“‘둔황을 남기다’라는 말에는 유형의 석굴 보호만이 아니라 무형의 둔황 문화의 계승과 발전도 중요하는 뜻이 담겨있다. 중국 젊은이들이 선조가 남긴 찬란한 문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유형의 석굴을 보존해도 문화의 근간을 잃을 수 있다. 이 컬러링북을 통해 우리는 보다 대중적이고 가벼운 방식으로 더 많은 독자가 둔황의 천년 문화를 접하고 체험하길 바란다.” 왕쉬둥 원장의 말이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