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채서진의 색채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연아 역을 맡은 배우 채서진[사진=윌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이를테면 수채화 같은 인상. 채서진(22)은 작품 속에 자신을 녹여내 투명하게 그려낼 줄 아는 배우다. 가볍게 혹은 무겁게, 그는 연기적인 농담법을 통해 색채에 변화를 주고 관객들에게 늘 다른 색채를 선보인다.

12월 14일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도 마찬가지다.

극 중 채서진은 수현의 연인 연아라는 캐릭터를 통해 나직하면서도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연아는 국내 최초 여성 돌고래 조련사이자 자신의 사랑에 거칠 것이 없는 인물. 채서진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연아를 입체감 있게 그려내 관객들의 몰입에 힘을 더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연아 역을 맡은 배우 채서진[사진=윌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 후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었나?
- 제 입으로 말하자니 부끄럽다. 하하하. 수현이 왜 30년 동안 연아를 잊지 못하고, 과거를 바꾸려고 노력했는지 알겠다고 하더라.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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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첫인상은 어땠나? 시나리오를 읽고 느낀 그 첫인상이 궁금하다
- 정말 좋았다. 저는 이미 원작 소설을 읽은 상태였는데 연아라는 캐릭터가 여러 변화를 겪었더라. 소설에서 연아는 수의사였는데 국내 최초 여성 돌고래 조련사로 변했다. 최초라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 아닌가. 두려움도 따랐을 텐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부드러운 표현법으로 꿋꿋하게 가는 모습이 좋았다.

연아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하고 국내 최초 여성 돌고래 조련사라는 직업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 돌고래 조련사분들과 많이 만났고 그분들이 돌고래를 어떻게 대하는지 많이 관찰했다. 왜 이 길을 택했고 어떻게 교류를 하고, 또 어떨 때 통했다고 생각이 드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특히 돌고래들이랑 친해지려고 밥도 많이 주고,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돌고래와 함께 찍은 사진이 인상 깊었다. 변요한과 찍은 사진과 엄청난 차이가 있더라. 네티즌들은 돌고래가 차별한다며 놀리기도 했다
- 저도 그 사진을 봤다. 하하하. 찍을 땐 몰랐는데 그렇게 사진을 붙여 놓으니 웃기더라. 보자마자 빵 터졌다. 돌고래들은 사람의 감정을 캐치하곤 한다. 아무래도 제가 밥도 많이 주고 자주 보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렇게 웃는 얼굴도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연아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왼쪽)과 채서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 소설을 읽었다고 했는데,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더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나?
- 영화화되면서 마음에 드는 장면은 있다. 연아가 수현을 수컷 돌고래에 비유해서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이다. ‘네 아이를 낳고 싶어’라고 말하는 연아가 참 사랑스럽더라.

영화의 배경이 80년대인데 외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더라
- 연아의 외적인 모습을 위해 분장팀과 많은 상의를 했다. 피비 케이츠의 모습을 보면서 헤어나 메이크업, 의상을 결정했는데 소품 사진을 찍을 땐 저희 엄마의 사진첩을 많이 참고했다. 당시 엄마의 머리스타일이나 의상 등을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었고 자연스럽게 그때의 감성을 찾아본 것 같다.

당시의 감성이 낯설지는 않았나?
- 85년대 배경이라고 해서 현재와 크게 다른 감정은 없었다. 오히려 현대의 여성보다 더 능동적인 성격의 캐릭터기 때문이다. 연아는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고 솔직하며 감정 표현에 있어서 스스럼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사회의 분위기를 떠올리려고 했다. 당시 27살까지 수현만을 기다리고 좋아하면서, 그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5~6시간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그런 순수하고 애틋한 마음. 오로지 연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변요한과 오래된 연인으로 등장하는데. 미리 알던 사이라서 도움이 됐나?
- 제가 대학에 입학했을 땐 요한 오빠가 이미 졸업한 뒤였다. 하하하. 연아와 수현은 오래된 연인이고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불타는 감정보다는 편안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서 요한 오빠와 저도 그냥 편안한 관계를 만들려고 했다. 현장에서 연아와 수현에 대한 많은 이야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아나 수현의 러브스토리를 만들어간 부분이 있나? 캐릭터의 전사라든가
- 혼자서 만든 건 있다. 수현이 부산에 있지만 연아와 처음 만난 건 서울이었을 거다. 수현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홀로 부산에 가는데 그 힘든 시기를 연아가 지켜줬을 거로 생각했다. 20대 초중반을 함께 보내고 후반으로 가고 있는 연인 이상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연아 역을 맡은 배우 채서진[사진=윌엔터테인먼트 제공]

홍지영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확실히 섬세하고 애틋한 감정들의 달인인 것 같더라
- 감독님과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났다. 제가 영화 ‘초인’에 출연했을 당시인데, 감독님이 비전의 밤 파티에서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이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오디션에서 만났는데 저를 기억해주시더라. ‘여고생이, 여인이 되어 나타났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참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후 며칠간 연락이 안 와서 떨어졌나보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연락이 와서는 함께하자고 하시더라. 아마 ‘초인’에서는 여고생으로 출연했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27살의 여자다 보니 감독님께서 고민하셨던 것 같다.

베드신의 경우에도 홍지영 감독만의 서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불필요한 애정신이 없어 영화를 더 담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 원래는 베드신이 조금 더 진했다. 그것도 불필요한 노출은 아니었지만 영화의 정서상 편집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다. 하하하.

올해 영화 ‘초인’을 시작으로 ‘커튼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까지. 많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신기하게도 중복되는 이미지가 하나 없더라
- 아직 신인이라서 선택당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고를 정도의 여유는 없다. 저는 시나리오가 재밌고 작품에 흥미를 느끼면 열심히 오디션을 준비해 참여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한 해에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다. 다행히 캐릭터가 다 다르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다양한 면모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배우인 것 같다
- 한 작품을 만나 캐릭터가 주어졌을 때 내 안의 그 모습을 발견해내는 재미가 크다. 영화 ‘커튼콜’의 슬기가 그런 경우였다. 특히 슬기가 가지는 반전의 묘미들은 너무 흥미로웠고 즐거웠던 것 같다. 무명 연극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여타 영화 작업과는 다른 점도 많았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컸던 것 같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연아 역을 맡은 배우 채서진[사진=윌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많을 것 같다
- 사극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코미디나 어둡고 다크한 영화도 해보고 싶다. 지금처럼 다작하면서 다양한 작품으로 뵙고 싶다.

다음 작품으로 만나게 되기까지 인터뷰어(interviewer)에게 약속 한 가지 하자면?
- 다음에 뵐 때까지 살을 좀 빼고 싶다. 하하하. 그리고 완벽하게 몰입하고 파고들 수 있는 작품을 만나서 그 작품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