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_감독의_귀환…이준익·박찬욱·김지운 감독이 돌아왔다
레전드가 돌아왔다. 긴 공백기를 가졌던 거장 감독들이 차례로 신작을 발표했고, 오랜 기다림만큼 평단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7년 만에 영화 국내 영화계에 복귀한 박찬욱에 대한 관심 역시 뜨거웠다. 지난 6월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과 거래한 하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아가씨’의 경우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은 물론 벌칸상, 미국 라스베이거스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시카고비평가협회 3관왕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김지운 역시 6년 만에 국내 영화계로 복귀, 국내외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의열단과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를 담은 ‘밀정’은 아랍권에서 가장 큰 영화제 중 하나인 제16회 모로코 마라케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제36회 영평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는 등 영예를 안았다.
#독립영화_무서운_신인감독들의_활약
그야말로 혜성 같은 등장이다. 올해 충무로는 거장 감독들의 활약뿐만 아니라 신인 감독들의 등장이 돋보였다.
가장 뜨거운 등장은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었다. 초등학교 소녀들의 심리를 다룬 영화 ‘우리들’은 섬세하고 탄탄한 연출력으로 국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고 전 세계 30개 이상의 유수 영화제에 초청됐다.
또한 백승화 감독의 영화 ‘걷기왕’ 역시 인상 깊은 등장이었다. 선천적 멀미증후군을 앓는 여고생 만복(심은경 분)의 이야기는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었고,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선정하는 2016년 4분기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화’에 선정되기도 했다.
#누가_비주류래…‘부산행’ ‘곡성’ 장르 영화의 시작을 열다
병신년(丙申年) 영화계는 비주류 판이었다. 그동안 비주류로 분류되었던 장르 영화가 판을 뒤집은 것이다. 좀비부터 탈출, 미스터리, 재난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했고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올해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부산행’이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은 좀비로 변하게 되고,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좀비 액션물로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부산행’은 마치 오우삼 감독이 좀비 아포칼립스를 만난 것 같다. ‘워킹데드’를 시시한 드라마로 만든다”며 극찬했고,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부산행’은 내가 본 최고의 좀비 영화”라고 소개했다.
전국을 “뭣이 중헌디”로 들끓게 했던 나홍진 감독의 ‘곡성’ 역시, 새로운 장르로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곡성’의 경우 미국의 영화 정보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주목받지 못한 2016 최고의 영화’로 소개되며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얻기도 했다.
#남남_여여_케미스트리
올해 영화계는 브로맨스와 워맨스가 대세였다. 남녀간의 로맨스는 줄고 남남(男男), 여여(女女)의 이야기가 더 많은 공감과 사랑을 얻었던 것이다.
불량 검사와 사기꾼의 버디 무비를 그린 영화 ‘검사외전’은 황정민과 강동원의 콤비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고,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생애를 다룬 영화 ‘동주’는 강하늘과 박정민의 애틋하고 뜨거운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영화 ‘밀정’ 속 송강호·공유와 ‘형’ 조정석·도경수, ‘마스터’의 강동원·김우빈까지. 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애틋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객들에게 큰 사랑과 지지를 얻었다.
눈에 띄는 것은 워맨스의 활약이다. 귀족 아가씨와 하녀의 속고 속이는 관계를 그린 영화 ‘아가씨’ 김민희·김태리와 철없는 톱 배우와 미혼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굿바이 싱글’ 김혜수·김현수, 손녀와 할머니의 연대를 그린 ‘계춘할망’ 속 윤여정·김고은에 최신작 ‘미씽’ 공효진·엄지원까지. 여성들의 사랑과 연대, 신뢰를 그린 작품들이 쏟아졌고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으며 여성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