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형호의 상생협력(相生協力) "위기극복을 위한 경제의 하모니, 상생협력"

2016-12-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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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송년음악회에 자주 등장하는 곡이 있다. 바로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 9번 합창이다. 마지막 4악장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An die Freude)’는 웅장한 합창과 화려한 4중창이 조화를 이루어 송년 음악으로는 제격이다. 독일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가 1785년에 지은 시에 베토벤이 곡을 붙인 환희의 송가는 모두가 단결하여 이상 사회를 만들고 모든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되돌아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에 환희의 송가를 듣노라면 하모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흔히 하모니는 리듬, 박자와 더불어 음악의 3대 요소이다. 원래 이 용어는 그리스어의 하모니아(hamonía)에서 유래했다. 하모니아는 ‘참여, 동의, 조화’를 뜻하는데 그중에서도 ‘조화’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어떤 분야에서나 조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부조화가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것이 장기화되면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음악에서 부조화는 엇박자나 음치, 불협화음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음악이 주는 힐링 효과보다는 불안감을 가져다준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제 분야의 부조화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다. 나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게 만든다.

최근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수출을 주도해 온 전자, 자동차, 화학, 조선, 철강, 건설 등 주요산업이 중국의 추격과 과잉투자, 그리고 주요국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작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상황이다. 애초 3%의 경제성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내년에도 세계적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미국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의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내년도 전망도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어려운 위기를 타개하는 해법으로 우리는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된다. 흔히 경쟁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점차 상생을 통한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된 오늘날에는 개별기업 간 경쟁이 생태계 사이의 경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은 대기업을 옥죄어 중소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지원한다는 일부 오해가 있었고, 상생협력은 경쟁을 무시하고 협력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상생협력의 참뜻은 경쟁과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경쟁과 협력은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이다.

협력재단에서는 지난 1년 동안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사전 약정에 따라 성과를 나누는 성과공유제, 민간 대기업이 출연하여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투자재원 확대, 민관 공동투자를 통한 기술개발, 2, 3차 협력업체까지 납품대금의 신속한 결제를 돕기 위한 상생결제 시스템, 창업과 해외동반진출을 위한 상생서포터즈, 지역 중소기업제품을 대기업과 연결해주는 구매상담회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 등 상생협력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분야이든 부조화는 자기만을 생각하는 탐욕에서 출발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에서 만들어진다. 이를 탈피하는 방법은 모든 분야에서 역지사지의 정신과 상대를 배려하는 조화에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조화로운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자 역할에 충실하되, 더불어 산다는 상생의 정신을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려울수록 함께 가야 오랫동안 멀리 갈 수 있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은 우리에게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웅대한 서사시이다. 베토벤은 우리에게 선율과 함께 시를 들려준다. “오 친구여, 우리들은 더욱 기분 좋은, 좀 더 기쁨에 넘친 것을 노래하자”라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배운다.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업도 탐욕보다는 조화롭게 상생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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