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피는 돈보다 진하다

2016-12-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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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산업부 기자]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의 말이다. 인생이 유한한 탓에 죽을 때를 기억하고 사사로운 것에 매달리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자도 장례식장에 다녀올 때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현재의 고민이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지난 16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고(故) 김정일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조용한 분위기 속에 정.관.재계 등에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 여사는 한진그룹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의 부인이자 조양호 회장의 어머니로서 한진그룹의 기틀을 닦는데 평생 헌신한 조력자였다. 생전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장례식에서 취재진의 눈길을 끈 것은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등 고인의 삼형제가 함께 자리를 하느냐 여부였다.

이들 삼형제는 2002년 조중훈 회장 타계 이후 유산배분을 놓고 다퉜다. 다툼의 불똥은 조중훈 회장의 유언장 진위 검증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조양호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유언장이 의심스럽다며 진위 여부를 제기한 것.

이런 다툼으로 이들 삼형제가 한자리에 모인 건 지난 2006년 삼남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장례식 이후 10년여 만이다. 그동안 부친의 제사도 양력과 음력으로 나눠서 따로 지냈을 정도다.

이 때문일까. 가자의 눈에 형제간 서먹서먹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강산이 바뀔만큼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교류가 없었던 탓이다.

불교에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죽을 때는 억만금 부자라도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다는 애기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게 무의미하다.

또 형제간 등을 돌린 사이 한국 운수업의 기둥 역할을 했던 한진해운은 몰락했다. 한진해운을 지원했던 대한항공 역시 내실을 다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중공업도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지금 한진그룹은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모친의 장례식을 계기로 형제들이 화해하고 함께 위기를 이겨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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