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스포츠 방송 미디어 트렌드 변화를 지켜보며

2016-12-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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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스포츠 민사연 PD]

1982년 이종도(전 MBC 청룡)의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끝내기 만루 홈런, 1988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전 시카고 불스)의 자유투 라인 덩크, 1990년대 초·중반 국내 농구 붐을 일으켰던 농구대잔치의 추억, 그리고 1996년 박찬호(전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첫 승 등은 스포츠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명장면, 명승부로 남아 있다.

이렇게 대중이 안방에서 TV로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경기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재미와 감동까지 느끼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스포츠 방송 미디어(스포츠 방송사)다. 스포츠 방송사를 통해 스포츠는 대중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 문화 콘텐츠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스포츠 방송사는 중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충실했고, 팬들은 경기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포츠 중계 및 프로그램 제작의 트렌드는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경기 장면을 보여주는데 충실했다면, 이제는 경기장 밖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큰 힘을 쏟고 있다. 과거 스포츠팬들은 중계방송을 통해 보던 경기 상황들, 예컨대 프로야구 경기에서 득점 장면이나 실점 장면처럼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승부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요즘 스포츠팬들은 경기 외적인 부분들, 선수의 사생활이나 개인 취미 활동, 그리고 중계 해설진(캐스터·여자 아나운서·해설위원 등)의 모습도 방송에 여과 없이 노출되길 원하고 있다.

이렇듯 스포츠팬들의 눈높이가 달라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의 우상인 스포츠 선수들과 중계진의 일상적인 모습을 TV라는 매개체를 통해 접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에 스포츠 방송사 역시 변화된 팬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며 중계방송 및 스핀 오프(Spin-Off)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추세다. 스포츠 본연의 가치인 승부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 방송 포맷을 넘어서 스포츠 팬 연예인을 특별 게스트로 섭외해 토크를 하거나, 스타 선수들의 먹방, 여행, 육아 등 경기 외적인 비화(祕話)를 통해 ‘스포츠의 예능화’를 표방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스포츠 방송사의 트렌드 변화가 페어플레이, 팀워크, 승부의식 등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 경기 주요 요소를 놓치지 않는 선에서만 진행된다면 미디어의 장점을 팬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장에서도 ‘스포츠의 대중화’를 위해 이러한 현상이 필수적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선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다간 재미를 위해 현장의 감동을 놓치고 마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팬들이 과거 스포츠 중계 방식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스포츠와 예능의 결합이 하나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지금, 과거로의 회귀는 팬들의 요구와 상충되는 비현실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스포츠 방송사가 풀어야 할 숙제는 과거 중계 방식에 적응된 올드 팬 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좇는 젊은 팬들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균형 잡힌’ 중계방송 및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다.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중시하되, 재미라고 하는 조미료를 적절히 가미하는 일이야 말로 스포츠 미디어 사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숙명적인 과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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