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준비’ 이승엽, 국민타자의 ‘마지막 약속’

2016-12-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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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일구회 시상식에서 현역 선수 최초로 대상을 받은 국민타자 이승엽의 미소.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이승엽은 그러지 말자. 이것이 나와의 마지막 약속이다.”

‘국민타자’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이 2017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는 “은퇴 번복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남긴 마지막 약속은 ‘이승엽답게’였다.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자신의 마지막 현역 무대로 정했다. 2017시즌 종료와 함께 은퇴를 예고했다.

우리나이로 마흔을 넘긴 올 시즌에도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그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이승엽은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3, 27홈런 118타점을 기록하며 팀 내 홈런과 타점 2위를 차지했다. 또 한·일 프로야구 통산 600홈런의 기념비도 세웠고, 2003년 작성했던 한 시즌 56홈런과 통산 433홈런은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승엽이 떠나야 할 때를 내년으로 결정한 이유는 후배를 위한 배려였다. “너무 오래 하지 않았나. 많이 아쉽다. 그래도 내년이 내가 떠나야 할 적기다. 어린 선수들이 올라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제 주인공은 후배들이 아닐까. 어린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은퇴 결정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붙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어려운 선택이다. 그는 “마무리를 잘하지 못하신 선배들을 많이 봤다. ‘이승엽은 그러지 말자’는 것이 나와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무대를 위한 준비는 ‘선수 이승엽’일뿐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하고 싶은 각오로 가득했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떠나고 싶다. 마지막까지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 기량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자신감은 당연히 있다.” 다만 그는 확언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야구를 잘 알기 때문.

특히 삼성은 우승팀에서 9위로 추락했다. 올 시즌 종료 뒤에는 4번타자 최형우와 에이스 차우찬도 떠났다. 이승엽은 “개인 목표에 대한 성취감은 전혀 없다. 팀을 위해 내가 80~90% 역할을 소화해내야 한다. 전력 약화보다는 후배들에게 기회다. 나도 준비를 많이 해서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다. 그런데 말처럼 되지 않는 것이 경기”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국민타자.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붙은 수식어다. 하지만 이승엽도 내년에 있을 은퇴식에 대해선 “그날만큼은 화려했으면 좋겠다. 최고의 은퇴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지막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땐 눈물이 날 것 같다”는 그의 마음은 욕심이 아닌 국민타자를 위한 당연한 예우다.

떠날 준비를 하는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요즘 야구는 좋아지고 있다. 선수들은 선택의 폭도 넓어졌고 좋은 대우도 받는다. 부럽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선수들이 프로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 ‘항상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최근 메이저리거를 포함해 국내·외 스타급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두고 한 국민타자의 쓴 소리였다. 이승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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