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장애인 고용, 나아졌다지만 아직 갈 길 멀다...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2016-12-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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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 고용 이행률 47.8%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을 넘어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부모로부터, 형제로부터, 사회적 지원으로부터 자립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장애인을 고용하려는 사업주와 장애인력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여전합니다. 기업에서는 고용할만한 기능있는 장애인이 없다고 말하고, 장애인들은 일할만한 기업이 없다고 합니다.”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국내 장애인 고용의 현실을 이렇게 털어났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무고용 사업체는 지난해말 기준 2만8218곳, 이중 고용의무를 이행하는 사업장은 47.8%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2.62%. 장애인 고용상황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비장애인 고용률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박 이사장도 후천성 장애를 입었다.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으로 지체 장애2급이 됐고, 이로 인해 당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장애인의 사회참여에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큰 제약이 되는지 고민하게 됐고, 장애인고용 문제에 관심을 가져 지금 공단 이사장이라는 중책도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이 장애인 공단에 갖는 열정은 숙명에 가깝다. 그로부터 장애인 고용의 현 주소와 그에 따른 공단의 역할을 들어봤다.

◆내년부터 장애인에 특화된 취업성공패키지 직접 운영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내년부터 맞춤형 ‘장애인 취업성공패키지’를 공단에서 직접 운영한다.

지금까지 장애인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취업성공패키지에 통합돼 고용센터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다 보니 사실상 전문적인 직업 훈련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장애인 고용서비스 전문기관인 공단에서 장애인에 특화된 취업성공패키지를 제공하게 된다. 

공단은 산업사회의 수요에 맞도록 훈련 직종을 개편하고, 기업이 원하는 훈련과정을 개설해 장애인의 직무 영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청각장애인훈련센터, 발달장애인훈련센터 등을 잇달아 건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단은 우선 장애인에게 직업지도, 직업평가, 상담 등을 통해 개인별 특성에 적합한 직무를 제시하고 있다. 이어 취업코칭, 지원고용, 중증장애인 인턴제, 취업알선 등 다양한 취업지원서비스를 지원한다.

기업에는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기업의 명단을 공표하고, 부담금을 부과해 의무 고용을 유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장애인 고용준비 단계부터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통합지원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를통해 적합 직무를 발굴하고 장애인 알선, 맞춤훈련, 보조공학기기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 신규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대기업 참여 절실

삼성, SK, LG, 포스코 등 대기업이 참여해 올해 11월말 기준 48개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운영 중이다. 이들 기업이 고용한 장애인은 2187명(중증 1436명)이다.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란 장애인에게 적합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장애인에게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추진결과는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참여를 고민하는 대기업의 설립 참여를 유도하려면 모범적인 자회사형표준사업장 운영사례를 많이 발굴, 홍보해야 한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공단에서도 지원제도 확대에 많은 힘을 쏟고 있지만, 중요한 건 장애인 고용을 법에서 정한 의무로만 여기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단에는 114명의 장애인이 근무 중이고, 장애인 고용률은 23.3%로 장애인 고용에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공단은 올해 중증장애인 고용률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중증장애인의 취업을 위해 지원고용, 취업성공패키지 등을 운영한 결과 11월 말까지 중증장애인 9413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졸업 후 진로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의 진로탐색을 돕고, 취업까지 연계하는 서비스인 ‘워크투게더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전용 직업훈련시설 개소

공단은 지난 12월 국내 최초로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개소했다. 발달장애인의 직업능력개발과 안정적인 직업생활 유지를 위해 발달장애인 전용 직업훈련센터 설립을 추진한 결과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등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직업능력개발훈련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인지·의사소통 등의 제약으로 다른 장애인에 비해 경제활동, 독립생활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율도 낮아 자립을 위한 직업능력개발훈련의 확충은 매우 중요하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현재 학령기 및 구직연령대의 등록 장애인 가운데 발달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 및 인원수는 증가추세지만, 훈련기관에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직업능력 서비스 제공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 서울 훈련센터 개소 후 단계적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발달장애인 전용 직업훈련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직업영역 개발에 주력

공단의 중점사업 중 하나가 직업영역에 대한 사회변화를 읽어내고, 한발 앞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업영역을 개발하는 일이다.

공단은 특히 다른 장애유형보다 취업이 어려운 지적·자폐성·정신장애 등 정신적 장애유형을 위해서 새로운 직업영역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면세점 서비스원, 편의점 스태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마케팅 전문가인 ‘바이럴 마케터’ 등의 직업영역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공단은 올해 장애인의 독립생활을 돕는 대규모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열어 주목받았다.

올해로 13년째를 맞는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는 55개 기업, 168개 부스가 참석했고, 이틀동안 총 8391명이 참관했다.

특히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의 최첨단 웨어러블 로봇과 청년 보조공학기기 스타트업 기업들이 참여, 국내 보조공학 산업 발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국가직 및 지방직 장애인 공무원 보조공학기기 지원 담당자와 특수학교 및 맹학교, 복지관 담당자 등 실제 보조공학기기 수요자들이 다수 참관해 참가업체의 매출 증가에도 큰 도움을 줬다.

박 이사장은 "보조공학기기의 발달은 장애인의 독립생활을 증대시켜 완전하게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돕는데 의미가 있다"며 "로봇공학, 바이오산업의 발달로 장애극복이 가능해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공단은 보조공학의 발전을 선도해 장애인의 일을 통한 행복실현과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을 넘어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부모로부터, 형제로부터, 사회적 지원으로부터 자립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하겠다고 하는 의지고, 그 의지를 바탕으로 일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 공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43년생, 지체장애 2급, 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13대 이사장,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촉진이사,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촉진위원회 위원, 한국직업재활학회 이사,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이사,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회장, 서울시립북부장애인복지관 관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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