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듯 말 듯한 이 이니셜들에는 각 제품마다 남다른 뜻이 숨어있다. 이들처럼 이니셜이 붙은 제품들은 모두 기존 제품이 ‘리뉴얼(renewal, 새로이 하거나 새로 꾸밈)’된 제품으로, 이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과 유통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한 동아제약 자양강장제 ‘박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카스는 D와 F로 나눠져 있는데, 여기서 D는 ‘드링크(Drink, 음료)’를 의미했다가 이후 2005년 타우린이 1000mg에서 2000mg으로 증량돼 Double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 F는 ‘포르테(Forte, 강하게)’의 약자로, 피로를 강하게 회복시켜준다는 의미다. 두 제품은 성분과 용량에 따라 구분돼있지만, 모두 의약외품으로 사실상 효과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동아제약은 D는 약국으로, F는 편의점으로 유통채널을 분리하고 있다.
리뉴얼에 Q를 활용한 제품은 유독 많다. 동화약품 소화제 ‘까스활명수Q’와 종근당 진통제 ‘펜잘Q’, 동아제약 감기약 ‘판피린Q’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모두 빠르다는 뜻인 ‘Quick’의 줄임말이다.
동아제약 숙취해소제 ‘모닝케어강황S’는 기존 제품보다 높은 용량과 비교적 낮은 가격의 특징을 반영해 ‘슈퍼(Super, 많음)’, 세이브(Share, 나누다)’, ‘세이브(Save, 절약)’을 뜻하는 S가 활용됐다.
보령제약 위장약 ‘겔포스M’의 M은 ‘마그네슘(magnesium)’의 앞자를 따서 붙여졌고, 명인제약 치주염 보조치료제 ‘이가탄 F’의 F는 박카스 F와 동일하게 Forte라는 의미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의 리뉴얼 제품은 효과 면에서 기존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리뉴얼을 통한 마케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제품과의 차이를 인지시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이니셜을 쓰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이니셜을 통한 브랜드 스토리에 공감대를 형성하면 매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 정량적으로 측정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니셜이 있는 것을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이니셜에 따라 약국이나 편의점으로 유통채널이 분리되는 제품도 있는데, 사실 두 제품 사이에 효과 차이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선호도나 접근성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니셜에 맞춰 제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