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불황에도 올 한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간 유통업계 유일한 업종인 편의점 시장의 일등공신은 도시락·원두커피·컵얼음 등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품목(판매량 기준)은 얼음을 컵에 담아 파는 PB '델라페 컵얼음'이었다. 컵얼음 판매량은 올 여름 폭염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32%나 늘었다.
특히 CU미네랄워터(500㎖), 빅 델라페컵얼음, 델라페 아메리카노, 백종원한판도시락 등 씨유 PB 상품들이 나란히 4, 7, 9, 10위를 차지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PB 열풍이 두드러졌다. 편의점 27년 역사상 처음 올해 초 '백종원한판도시락'이 바나나우유, 소주 등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오른 뒤 연말까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매콤 한입 돈가스 앤(&) 소시지 정식' 등 다른 씨유의 도시락 세 가지도 매출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GS25 편의점도 판매량 기준 올해(1~11월) 베스트셀러 1, 2위가 모두 PB 제품인 유어스 얼음컵, 유어스 함박웃음맑은샘물(2ℓ)이라고 밝혔다.
매출 기준으로도 김혜자 명가바싹불고기(3위), 유어스 얼음컵(5위), 유어스 함박웃음맑은샘물(2ℓ·7위), 카페25(8위), 마이홍치킨도시락(9위) 등 PB 품목들이 10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븐일레븐도 올해 11월까지 판매량 1위가 PB 제품인 원두커피 '세븐카페'라고 밝혔다. 세븐카페는 전국 4200여 개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판매되는데 하루 약 12만 잔이나 팔리고 있다.
특히 세븐일레븐의 PB '요구트르맛젤리'는 5월 말 출시에도 불구,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사재기를 하면서 인기를 누려, 누적 판매량이 900만 개를 넘어 판매량 8위를 차지했다.
미니스톱도 각얼음(1위), 미니카페 핫아메리카노(3위), 매콤넓적닭다리(7위), 점보닭다리(8위) 등 PB 상푸 대부분이 매출 기준 올해(1월 1일~12월 11일)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었다.
올 한해 편의점 시장을 강타한 것은 O2O(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 캐릭터 상품 인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씨유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배달전문업체와 손잡고 배달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비슷한 시기 온라인쇼핑사이트 티몬과 제휴해 '편의점 택배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쏘카'와 함께 편의점 업계에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도 도입했다.
GS25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나만의냉장고' 서비스를 개선, 소비자들이 덤 행사 등을 통해 받은 상품을 바로 가져가지 않고 나중에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점포를 골라 수령할 수 있는 O2O시스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세븐일레븐은 캐릭터 상품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 4월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원피스' 캐릭터 피겨(모형)를 내놔 준비한 22만개가 모두 완판됐다. 7월에는 '카카오 프렌즈' 우산, 11월에는 '피카츄 찐빵'을 내놨다. 특히 피카츄 찐빵의 경우, 초기 물량이 완판돼 2만5000개를 급히 추가 주문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시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PB상품과 마시는 상품의 인기가 높아 편의점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며 “물가는 오르는 반면 임금이 동결되고 불황이 이어지면서, 가성비 좋은 도시락과 원두커피 등을 편의점에서 즐기는 고객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