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올해의 실패한 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꼽았다. FT는 박 대통령을 향해 “강력했던 대통령이 최근 몇 달 동안 의혹들이 제기되면 꼭두각시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은 절망적인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박 대통령이 우리 헌정사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는 독선과 불통의 국정운영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고 내가 하는 일이 모두 옳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와 정책, 인사, 정치권을 대하는 태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수 많은 함량 미달 인사를 기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후보자는 번번히 낙마했고, 중용한 인사들도 물의로 옷을 벗었다. 김용준, 문창극, 안대희, 이완구 등 총리후보자를 비롯해 윤창중 대변인,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차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통의 아이콘"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 10월 1차 대국민담화 후 '책임총리'를 포함한 개각 카드를 꺼내들고 국회를 압박하는 꼼수인사도 단행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시작으로 세월호 진상조사, 사드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기초연금, 공무원 연금,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누리과정 예산, 동남권 신공항 등 현안과 정책마다 극심한 갈등이 빚어졌다.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끊임없이 일어났던 인사 실패와 비선라인 의혹은 결국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전조 현상이었던 셈이다.
사실 박 대통령의 비선 존재는 이미 2000년도 초반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정치권에선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었다. '십상시', '7인회', '만만회', 문고리 3인방' '8선녀' 등 박 대통령의 가신그룹 이름은 이미 정치권과 언론에서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철저히 모든 국정과 자신의 정치 행보를 비선에 의존하고 심지어 온전히 내맡겼다.
40여년 가까이 자신의 곁을 지킨 최순실, 그리고 그의 남편이자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문고리3인방은 박 대통령의 수족이나 다름없었다.
최씨는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를 가기 집 드나들듯 들락거렸고, 정권 초기에는 관저에서 문고리3인방으로부터 국정 보고를 받고 함께 논의했다. 수시로 국정 주요 현안이 담긴 보고서와 문건을 받아봤으며,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하고, 현안에 대해 직접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의 비선실세 측근들이 국정을 농단하고 국가를 사유화하는데 적어도 방관 내지 공모해 헌법을 유린했다는 게 탄핵소추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며 헌재 심판 과정과 특검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맡아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명예롭게 퇴진해서 혼란스러운 시기를 조금이라도 단축해주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