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 이후 시나리오는 크게 △가결→4월 퇴진 △가결→조기 퇴진 △부결→퇴진 발언 철회 △부결→퇴진시점 제시 등 네 가지다.
가결 때도 250표 이상의 압도적 표차로 이기느냐, 정족수(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를 가까스로 넘기느냐에 따라 정국 방향이 달라진다. 여권발(發) 분당은 물론, 야권 정계개편, 제3 지대 개헌론 등 조기 대선의 모든 변수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가결→인용→4월 퇴진…대선 정국으로
8일 국회와 정치전문가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헌재)와 청와대로 송달하면, 박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은 즉시 정지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하는 셈이다.
이후 헌재는 국회 탄핵안의 법적 흠결을 가리는 ‘적합성’부터 심리한 뒤 180일(훈시규정) 이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 경우 내년 3월 초께 인용이든 기각이든 탄핵 소추안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박 대통령이 수용한 ‘4월 말 퇴진-6월 말 조기 대선’ 로드맵 일정과 상당 부분 맞물린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헌재의 탄핵심판 청구에 맞서 ‘적극적 방어권’ 행사를 천명한 만큼, 헌재 최종 결론 뒤 예정대로 퇴진하는 수순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탄핵안 가결 시 새누리당 지도부 교체 및 재창당 수순을 밟으면서 조기 대선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결→조기 퇴진…특검이 변수
박 대통령이 헌재 심판 전 조기 퇴진을 택할 수도 있다. 이미 야권은 ‘본회의 가결 후 즉각 퇴진’ 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탄핵 후 자진 하야’를 촉구하며 “대통령이 하루라도 더 재직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반(反) 헌법적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변수는 국회 본회의 표차와 특별검사(특검) 결과다.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250표 안팎의 지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특검에서 제3자 뇌물 공여죄 등이 밝혀질 경우 야권의 즉각적 하야 운동은 물론, 촛불민심이 ‘박근혜 퇴진-황교안 탄핵’으로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이르면 1월 퇴진·늦어도 2월 퇴진을 선택한다면, 궐위 시 60일 이내 대선 실시 규정 조항(헌법 제68조제2항)에 따라 3월∼4월 ‘벚꽃엔딩’ 대선을 치를 수도 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조기 대선은 상수”라고 말했다.
◆부결→사퇴 발언 철회…强대强 대치
여야의 진흙탕 싸움이 가장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수순은 이렇다.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정치적 면죄부’를 받았다고 판단한 박 대통령은 퇴진 발언을 철회하거나 뭉개기로 일관한다. 200만 촛불은 ‘즉각 하야’ 구호를 앞세워 청와대와 전면전을 치른다.
여야도 ‘사생결단식’ 대치 정국의 중심에 서게 된다. 식물 정부에 이어 국회마저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등 야권 대권주자들도 큰 상처를 입는다.
이 과정에서 평화적 집회로 일관했던 촛불민심이 임계점을 넘어 물리적 폭력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배 본부장은 “탄핵안 부결 시 촛불 민심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결→퇴진 시점 제시…과도내각 변수
탄핵 소추안이 부결됐어도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제시, 사실상 하야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이 시나리오의 변수는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과도내각’ 구성이다. ‘퇴진 시점 제시→과도내각 구성→대통령 사임→조기 대선’의 로드맵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내각 구성의 범위 및 시기를 놓고 여야 간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불가피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7 공화국 개헌론을 중심으로 한 제3 지대 정계개편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배 본부장은 “부결에 따른 책임론으로 개헌론이 대두하면, 제3 지대는 완전히 새로운 지대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통합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비교정치학) 교수는 “탄핵이든 부결이든 민주주의를 승화시키는 방향으로 토론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