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국회만 바라보는 이유는

2016-12-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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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금융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여기서 무엇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회의 결정만 하염 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융개혁 핵심 법안으로 꼽히는 자본시장법과 은산분리법에 대한 이야기다. 이 법안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핵심 추진 과제다. 임 위원장은 2015년 3월 취임 당시 금융개혁을 핵심 업무로 내세웠다. 이후 '임종룡=금융개혁'이라는 공식이 세워질 정도로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동안 해묵은 관행을 개선하고 금융소비자 입장에서의 제도를 개선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은행법 등과 같은 결정적인 금융개혁 법안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 표류하면서 금융위는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임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송년회에서 금융개혁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올해 송년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야 할 처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기자단 송년회에서 "금융개혁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당시 임 위원장은 "자본시장법은 거래소 지주회사 체제 개편에서 노조가 동의한 사안이고 정치적 이해관계에도 걸려있지 않다"며 "여야 간 합의를 거쳤음에도 입법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금융개혁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누구나 공감하고 반대하지 않았던 착한 개혁을 했다면 내년에는 반대 목소리를 수용하고 설득해야 하는 거친 개혁도 하겠다"고 밝혔다.

◇ 금융개혁 외쳤지만 올해도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임 위원장의 의지와는 다르게 올해 역시 핵심 법안 통과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자본시장법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유가증권·코스닥·파생상품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증시에 활력을 불어 넣고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거래소가 2009년 공공기관에 속한 이후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박스권 증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다. 자회사 분리 시 코스닥 시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거래소 이전 문제로 인해 부산지역이 반대하고 있다.  

은산분리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법안 계류로 인해 당장 인터넷은행은 반쪽짜리 출범이 예고됐다. 인터넷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주도로 금융과 ICT를 융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한 은산분리법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기존 인터넷뱅킹과 다를 것 없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행 'K뱅크'는 이달 중 금융위로부터 은행업 본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빠르면 오는 1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KT가 K뱅크 설립을 주도했지만 경영권 행사는 어려운 상황.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은행법의 은산분리 조항 때문이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K뱅크의 최대주주(의결권 기준)는 지분 10%를 가진 우리은행이 된다. 내년 상반기 출범 예정인 카카오뱅크 역시 최대주주가 카카오가 아닌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된다. 

◇ 개혁 고삐 늦추지 않겠다고는 하지만

상황이 이렇지만 임종룡 위원장은 금융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지난달 28일 열린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미국의 신 행정부를 중심으로 금융규제 완화의 조짐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개혁이 지체되면 우리 금융업의 국제 경쟁력 확충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이 급선무다. 정기국회 종료 이후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법안이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임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성과연봉제 도입, 그림자 관행 개선 등 자체 권한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임 위원장의 뚝심과 무관하게 금융관련 알맹이 법안들이 2년 연속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에서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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