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항공기용 부품을 생산하는 ㈜에이엔에이치스트럭쳐는 4억5000만원 규모의 항공기 부품 개발 신규 국책과제를 수주했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약 10억원이 늘었다.
#승강기 관련 전문기업 ㈜미주하이텍은 에스컬레이터용 역주행방지장치 및 엘리베이터용 손끼임 방지장치를 연구개발해 대구 지하철에 50대를 신규 설치했다.
#㈜엔젤은 K마크 인증을 통한 신제품 마케팅 활성화 및 전기녹즙기 기술을 한 단계 향상시켜 해외시장 개척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 4개의 기업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K-STAR기업 육성사업'을 거쳐 간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K-STAR기업 육성사업이란 우수한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KTL의 지원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갖춘 수출 중견기업으로 육성하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국내 유일 공공 종합시험인증기관인 KTL의 이원복 원장은 K-STAR기업 육성사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도 그럴것이 K-STAR기업 육성사업의 시작은 이 원장의 경영이념인 '공공기관으로서 책무에 걸맞게 국가 품질책임기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제 2년 차를 맞은 K-STAR기업 육성사업을 KTL의 향후 50년을 위한 든든한 뿌리로 삼아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기업은 KTL의 종합적 기술지원을 통해 매출 증대와 수출을 실현하고, KTL은 기업을 육성하는 공공성 측면의 역할 수행과 함께 기업의 성장 및 시험, 인증, 기술지원 등의 수입 증가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기업지원 사업과 차별화된 점은 선정 기업마다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정해 현장전담 지원, 시험·분석·평가·컨설팅 등의 기술지원과 제품개발에 대한 애로 해소 및 상품화 관련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STAR기업 육성사업은 '현장 중심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기업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실제 올해 2년 차인 이 사업은 경쟁률이 5:1까지 치솟을 만큼 열기가 대단하다.
이 원장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능력은 입증됐지만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느끼는 기업, 수출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정된 수출국을 다변화하고 싶은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1차 사업을 통해 8개 기업이 혜택을 받았는데 이번 2차 사업을 포함해 앞으로 점점 혜택을 받는 기업이 늘어나길 희망한다"며 "이 사업을 거쳐간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 KTL이라는 든든한 후원기관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 '글로벌 TOP 브랜드 KTL'…우리 기업 수출지원
이 원장의 자랑거리는 K-STAR기업 육성사업만이 아니었다. 이 원장은 지난 2014년 취임 후 '글로벌 TOP 브랜드 KTL'라는 비전을 수립, 시험인증을 통한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와 무역기술장벽 해소를 위한 글로벌 기관으로 도약을 목표로 세운 바 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KTL은 국내 최대 전세계 52개국 128개 기관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점은 중국과의 관계이다. 한국경제는 중국을 배제하고는 논할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 KTL은 우리 기업의 중국 수출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개소한 KTL 중국시험소는 지난해에만 1085개 업체, 2297건의 인증을 지원했다.
특히 지난 8월 중국 강제인증제도(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인증기관인 중국품질인증센터(CQC)가 KTL에서 발급한 TV 제품에 대한 국제공인시험성적서를 인정, 중국의 CCC 인증서를 발급으로 '전기전자제품 상호인정 시범사업'의 첫 결실을 맺은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원장은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발맞춰 우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시험소에 블루투스 시그(SIG·Special Interest Group) 국제공인시험소를 구축 중"이라며 "국제인증, 전기전자분야 및 무선분야 등의 시험인증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식약처의 인허가 획득이 중요한 의료기기의 수출 지원 노력도 빼놓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의료기기 교역량은 최근 3년간 약 15%의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고 있다.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3년 이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다.
중국의 의료기기 산업은 연평균 약 23%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등 2018년 382억 달러의 시장 규모가 예측될 정도로 산업 전망이 밝다.
이에 KTL 중국시험소는 중국 국가급 의료기기 시험소(산동성, 광동성)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국내 기업의 중국 식약처(CFDA) 인허가 획득을 지원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8월 광동성 의료기기 시험소와의 업무 협약으로 CFDA 허가와 관련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현지 인력을 KTL에 상주시켜 패스트 트랙으로 한국에서 시험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 유치 박차
KTL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사업 유치에 대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9월 충남에 중대형 이차전지 시험인증센터를 착공한 것이 증거다.
친환경자동차로 주목받는 전기차 보급으로 중대형 이차전지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전기자동차 및 전력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에 들어가는 중대형 이차전지에 대한 시험평가인프라가 부족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기업이 해외시험인증기관을 이용하다 보니, 고비용·장시간 소요 등 중대형 이차전지 시험인증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남지역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의 대기업을 포함해 이차전지 소재·부품기업이 밀집해 국내 기업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중대형 이차전지 시험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 인증센터를 통해 근거리에서 편리하게 시험인증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해외기관 이용 대비 시험비용 약 40% 절감되고, 기존 5개월 정도 소요됐던 인증 기간도 3개월로 단축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중대형 이차전지 시험인증센터는 2017년 7월 완공, 시험인프라를 구축한 뒤 2018년부터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와 함께하는 항공분야 협업도 눈에 띈다. KTL은 국내 항공 융합 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경남 진주시와 함께 2020년까지 300억원을 투입, 항공분야 극한 전자기 환경 극복기술 시험평가 기반 구축 추진 중이다.
전체 6000㎡ 부지에 건립되는 이 센터는 항공부품 과도전압 발생시스템, 고출력 전력 증폭기, 전자파 무반사실, 낙뢰 평가 장비 등 갖추게 된다.
이 원장은 "국내에는 항공분야 제품을 시험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이 부족해 규모가 큰 외국기관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항공부품 시험평가를 위한 편익분석 결과, 미국 전문시험기관(NTS)을 이용하면 회전 날개와 고정 날개 1개 부품당 하루 2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이 원장은 "진주에 항공전자기기술센터가 완공되면 비용을 400만원으로 낮추고, 검사 기간도 단축해 5년간 112억원 규모의 외화유출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항공극한전자기기술센터가 진주에 들어서면 핵심기술 유출 차단 및 관련 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청득심(耳聽得心)'으로 즐거운 직장 만들기 실천
이 원장은 남은 1년 임기 중 흔들리지 않는 KTL 조직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도 밝혔다.
이 원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직원간 소통을 늘려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기관 홈페이지 '원장에게 바란다' 코너를 신설, 기관장에게 전달되는 직원의 의견과 답변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원장의 경영철학인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의 '이청득심(耳聽得心)'의 첫 걸음이었다.
이 원장은 "기관장에 좌우되지 않고, 직원이 기분좋게 출근하며 상생하는 직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 이원복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 약력
▲1950년 출생 ▲고려대학교 전자공학 학사 ▲생산기술연구원 부설 품질평가센터 기획실장 ▲산업기술시험평가연구소 감사실장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연구위원 ▲동국대 의료기기개발촉진센터 운영위원 및 기술고문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