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 일정을 소화한 것은 지난 10월27일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35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된 점을 의식한 듯 기자단과 동행하지 않고 수행 인원을 최소화해 15분가량 조용히 현장 상황을 둘러봤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상인들에게 "제가 힘들 때마다 늘 힘을 줬는데 너무 미안하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도움을 주신 여러분이 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계신데 찾아뵙는 게 인간적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히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피해상인을 만나 손이라도 잡고 직접 위로를 전하고 싶었지만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화재감식반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어 불가능했다"면서 "계속 현장에 있으면 도움이 안되고 피해만 줄 수 있어 오래 머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98년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정치적 고비 때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해 서문시장을 찾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늘 힘이 됐던 곳이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2시 발생한 큰불로 이틀째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불로 시장 건물이 다수 무너지고 소방관 2명이 다쳤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강석훈 경제수석에게 관계부처가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부터 피해상인 긴급지원반이 구성돼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시장이 복구될 때까지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인근공터를 임시시장터로 확보할 방침이다.
또 임시시장 운영을 위한 자금과 함께 상인들에게는 저금리 긴급안정자금과 미소금융대출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외에 건물 복구를 위한 교부금을 지원하고 세금과 공과금 납부 유예 등 추가 지원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