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기업 강제기부 막을 ‘최순실 방지법’ 만들자

2016-12-0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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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미래의 속도(2016)'. 세계적 컨설팅그룹 맥킨지앤드컴퍼니의 경제연구조직인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25년간 연구해 책으로 발간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세계 경제가 지금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변곡점에 도달해 있는데도 아직 많은 기업과 정부가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에만 근거해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와 옥스퍼드대 등에서 강의를 했던 리처드 돕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장 등 석학들의 공저로,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경제에 비춰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과 정치권간 관계 설정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아프게 꼬집는 것 같다.

작금의 한국 경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정치가 경제를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큰 파고를 슬기롭게 넘어왔다. 이제 ‘국민소득 4만불 시대’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할 때다. 그런데 예측 못한 치욕적인 충격에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앞서 두 번의 위기보다 더 심각하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회복될 긍정적인 신호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 컨트롤타워는 동작을 멈췄고, 연말연시 소비절벽의 강도는 역대 최악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각국이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주의에 나설 가능성마저 높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떨어져 2%대 중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혼란 등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여서 실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가 품격이 바닥인데다 경제마저 추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대 피해자는 바로 국민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주요 기업의 총수들은 검찰 조사에 이어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조사에 또 불려나갈 처치다.

권력 실세가 각종 명분을 내세워 기업으로부터 돈을 걷는 일은 역대 정권마다 반복됐다. 통치자금, 대선자금, 국책사업 등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요구가 아무리 부당하다 하더라도 기업인들은 맞서지 못했다. 세무조사권과 검찰권 등을 쥐고 있는 권력 실세에게 거부할 기업인은 없다.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 뜯어내는 기부금과 사실상 의무화된 기부금은 지난해 무려 6조원을 넘어섰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동반한다. 지금이야말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고칠 절호의 시기다. 기득권과 특권에 바탕을 둔 각종 불합리한 규제와 부당한 간섭 등을 개혁할 최적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정치권은 정경분리 원칙하에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하루빨리 권력 실세의 반강제적 기부금 요구를 막기 위한 ‘최순실 방지법’부터 제정해야 한다. 제2, 제3의 '최순실 게이트'는 막아야 한다. 기업 스스로 어려운 경제상황에 잘 버티고 대응할 수 있도록 더이상 볼모로 잡으면 안 된다. 

재계와 이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환골탈태해야 한다. 기업은 뒷거래로 오해 살 짓은 하지 말고 정치권과 검은 거래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야 한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경영에 전념해야 한다. 전경련도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공기업과 금융기관, 업종단체 등을 회원사에서 제외하고 30~50개 대기업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우리 기업과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재계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최순실 정국은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다. 혼돈의 정치가 더 이상 경제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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