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내년 아시아 시장에 달러 경색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또다시 나왔다. 도이체방크 AG 애널리스트들은 2017년 전망을 내놓으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 부족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블룸버그는 30일 보도했다.
이번달 들어서 아시아에서 유출된 외금 자금은 모두 1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이는 올해 총 유입액의 30%에 달하는 것이다. 달러 강화의 현상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시화되면서 이같은 압력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전말을 내놓은 것은 도이체방크 AG, 모건 스탠리, 소시에테 제네랄 SA 전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2017년 아시아 시장이 겪게 될 가장 큰 도전으로 달러의 부상을 꼽고 있다. 이자율 인상으로 인한 부채 부담도 아시아 국가들을 힘들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달러로 부채를 낸 수많은 국가들에게 상황은 더욱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가 비싸지면서 상환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수 년 동안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줄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28일 보고서에서 "무역, 투자의 흐름 혹은 채권발행 등 그동안 달러를 조달했던 채널들이 미국의 정권교체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면서 아시아의 무역 흑자가 감소하고 수출국과 수출기업들의 고통이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그동안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 공급은 원활했던 편이다. 지속적인 저금리가 유지되고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자금조달이 크게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이미 필리핀,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서 유동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세제 개혁과 함께 아시아 시장에 있는 미국 기업들이 어닝을 미국 본토로 보내는 것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이같은 상황에서 싱가포르에서는 1000억달러 넘는 수익이, 한국의 경우에는 200억달러가 넘는 수익이 미국 본토로 보내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물론 2017년 아시아시장에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6월 브렉시트 이후 금융시장 혼란 속에서도 투자는 지속됐으며,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도 아직까지는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의 정책 추진 방향은 아시아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중앙은행들이 적정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거나 수출경쟁력을 이유로 통화 약세를 허용하는 식으로 정책의 줄기를 잡을 경우 내년 아시아에서 달러 유동성은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