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 북한연구학회 주최 베이징(北京)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중 전문가포럼>과 11월 25일 민주평통이 주최한 선양(沈阳) <2016 한중 평화통일포럼>에서 중국 학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는 분명한 한계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점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딜레마는 한중 수교를 기점으로 북한이 핵무장의 길을 선택하는 시점부터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지난 7월 8일에 발표된 사드배치로 인한 한중간의 ‘사드 딜레마’와 11월 23일 발효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의 여파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한계를 더욱 분명하게 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6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고, 2~3년내 혹은 그보다도 더 빠른 시일내에 핵무기 실전배치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의 의미는 한반도에 평화통일보다 전쟁 재발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인질이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한계적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이 명제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있어야만 다음 문제를 고민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즉 한계적인 중국의 역할을 전제로, “대한민국은 어떻게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한중관계를 설계할 것인가? 어떻게 한계적인 중국의 역할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상관없이 한반도 통일을 이룰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1. 북한 핵문제의 현황
1) 한국의 북한 핵 인질화는 멀지 않은 현실
TV조선 10월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자강도와 평안도 일대 미사일 기지 4곳에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을 배치·운용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6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의 이러한 행위는 북한이 핵무기 실전배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일부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여 논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우선 우리 스스로 처음부터 주변국의 반대, NPT 탈퇴문제, 유엔의 경제제재등의 이유로 핵무장은 무조건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포기해야 한다. 이 논쟁은 국가이익 추구라는 관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전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국익추구라는 공통의 관점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필자는 한국이 핵무장을 포기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교환 이익을 먼저 내부적으로 설정해야 하고, 북한의 비핵화가 한국이 핵무장 포기의 교환조건이라는 점을 주변국에게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즉 한국의 핵무장 주장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북한 핵인질이 되지 않기 위한 수단이자 과정이며, 이를 위한 전술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 북한 핵무장 실전배치와 중러의 손익계산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붕괴되는 북한보다 더 자국에 유리하다고 중국이 판단한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배치할 경우, 중국은 이러한 북한을 새로운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미일로부터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요구를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될 것이고, 중국의 역할 분담이 증대되는 것은 곧 중국의 대 북한 활용카드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점은 러시아에게도 일부 해당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로 한미일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증가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위협력을 어떻게 자국의 이익에 유리하게 활용할지를 먼저 고려할 것이라는 점을 한국은 주목해야 한다.
3) 중국의 친북한 전술은 양날의 칼
필자는 사드 배치 결정의 여파로 한중 갈등의 심화보다, 북중관계의 변화에 대한 관찰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빌미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증가시키고, 북한 철광석과 석탄 수입의 증가를 포함하여 전체 교역량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이것은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자 전술의 일부이다.
최근 중국의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중국의 친북한 전술카드는 양면적 위험성을 내포한다. “한국의 사드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은 친북한 전술로 한국에게 경고해야한다”라는 주장은 양날의 칼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내포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경고를 위해 중국이 친북한 전술로 전환할 경우, 북한에게 비핵화 포기나 암묵적인 핵보유 지지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의 핵무장을 유발한다는 점을 중국도 고민해야 한다.
한편,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보다 북한의 붕괴나 혼란을 더욱 우려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사드 배치를 핑계로 중북교역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의미는 아닐까? 혹시 김정은 체제의 붕괴가 임박했음을 중국이 먼저 읽은 것은 아닐까?
4) 핵무기 실전배치는 북한의 무력통일 전략
핵무기 실전배치 이후, 북한은 세 가지 전략의 전개가 예상된다. 첫째, 북미 핵 군축협상과 보상 요구이다. 북한은 미국과 핵 군축협상, 북미관계 정상화와 엄청난 경제보상을 요구할 것이고, 결국 미국은 응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은 북미•북일의 국교 정상화를 통해 정권 안정을 추구할 것이다. 북미•북일의 국교 정상화는 세번째 목표를 위한 것이다. 즉, 한국의 핵 인질화와 북한의 한반도 무력통일이다. 북한 핵무기 실전배치로 주변 강대국들은 자국민을 먼저 보호하려 할 것이고, 북한은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한민족끼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할 것이다. 주변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북한의 핵인질로 전락한 한국의 대응방안이 있을까?
2. 한중협력의 한계
1) 중국의 우선순위는 ‘북핵문제’보다 ‘미중 사드 딜레마’
북핵문제와 사드 배치에 대한 한중간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에 대한 인식차이이다. 한국은 핵인질이 될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중국은 위협은 커녕, 오히려 한미에 대한 새로운 전략카드로 인식한다는 생각이다. 표면적으로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핵 누출 사고나 대규모 난민으로 발생될 직접적인 위협이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는 북한과 중국 모두에게 유용한 카드이고, 중국이 북핵문제에 대해 서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이익을 직접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한국이 사드배치이후 결국 끌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은 방어적·자위적 대응이라는 한국의 주장을 철저히 무시했다. 북핵문제는 한미에 대한 중국의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사드 배치는 미중간의 지역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2) 중국은 한국을 사드 협상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한국의 자위적 조치라는 입장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첫째, 사드 시스템의 운용권은 미국에 있고, 이것은 미중의 ‘핵 억제력’ 균형이 깨어진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둘째,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한국은 결국 편입된다는 것이다. 결국 한중간 ‘사드 딜레마’의 해결은 사실 한미중 3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미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북한의 5차 핵실험전까지 약 두 달 동안 중국은 한국에 대해 강력한 여론전을 전개했다. 중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을 총 동원한 여론전에서 중국은 경제⋅사회⋅문화 및 군사 보복까지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중국 언론들은 일부 한국 학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교묘히 편집하여 자국에 유리한 내용만 보도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한국의 언론과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체계적인 여론전에 일방적으로 당했다. 한국의 언론과 일부 학자들은 스스로 중국의 보복에 대한 많은 시나리오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문 사이트를 통해서도 이러한 내용들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야당 초선의원 6명은 한국 사회의 내분을 자초하면서까지 중국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에 크게 기여(?)하는 ‘참담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필자는 한국이 한중사드갈등을 통해 중국의 한반도 전략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첫째, 중국이 북한보다 한국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환상에서 한국은 빨리 깨어나야 한다. 둘째, 중국은 안보 영역에서 한국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가 아니라 무시와 압력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는 이번 한중 사드 갈등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
3) 중국의 강력한 대북제재는 기대조차 하지 말아야
북한의 붕괴, 난민 발생, 혼란 발생은 중국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된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제재는 한계가 있다. 한미의 요구에 따라 강력한 대북제재를 하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 북한의 붕괴는 또한 중국의 지정학적 안보 위협이 된다고 인식한다. 지금은 냉전적 사고라고 중국내에서도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아직도 이 인식은 확고하고,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대북제재의 참여에 한계가 있는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딜레마는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가 미국의 핵전략무기의 한국 재배치 혹은 한국과 일본 및 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제한적인 대북제재를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대북제재에 중국이 강력하게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이다.
4) 한중관계의 현실적 한계는 외부요소로 부터 발생
한중관계가 사드문제나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복합적인 동북아 안보 딜레마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요소가 한중관계의 현실적 한계를 좌우한다. 첫째, 북핵문제와 사드문제는 모두 한중관계의 외부요소로 발생되었다. 둘째, 외부요소로 발생된 안보갈등이 한중 갈등으로 확대된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문제는 세 번째에 있다. 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외부요소인) 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에게까지도 때로는 한국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인해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국제정세의 변화가 예상된다. 북미간 직접 대화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 시점에서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북미간 대화나 새로운 동북아 국제질서의 출현에서 소외되지 않을까를 고심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한국이 소외당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