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으로 내몰린 서민경제…뒷짐 진 청와대와 정부

2016-11-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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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음식업 5년 만에 최악…구조조정·퇴진정국 겹쳐 울상

근소세 올해 30조원 돌파…월급쟁이 유리지갑 더 얇아져

가계부채 1300조원 육박…미래 시한폭탄 떠안은 서민들

아주경제 배군득·김동욱·원승일 기자 = 구조조정 한파와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대통령 퇴진정국 등이 맞물리면서 한국경제 최전선인 서민경제가 휘청대고 있다.

서민경제를 대표하는 각종 지표가 줄줄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퇴진정국 장기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사실상 청와대가 민생경제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 삶은 지난 12일과 19일 주말 촛불집회로 타올랐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살리기에 나서는 사이, 실물경제는 절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자영업의 대표 업종인 음식업은 벌써부터 불황의 전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월급쟁이 유리지갑은 더 얇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소득세가 올해 30조원을 넘어서면서 월급쟁이들이 내는 세금은 갈수록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미래의 시한폭탄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박근혜 정부가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잡을 만한 여력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불황 모르던 음식업 휘청…최전방이 위험하다

음식업은 서민경제 가운데 영세한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서비스업에서 음식·도소매·숙박업을 묶는 것은 이들의 지표가 서민경제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업은 지역경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자체가 상당히 신경을 쓰는 업종이기도 하다.

이같은 음식업이 9월 청탁금지법, 10월 구조조정, 11월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퇴진정국 등 잇따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급기야 식당 경기는 5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지며 최근 실물경제가 상당히 악화됐음을 시사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일반 음식점업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85.2로 2011년 9월 83.9 이후 가장 낮았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매출액 등 서비스업의 생산활동을 지수화한 것이다.

일반 음식점업은 한식집, 중식집, 일식집, 뷔페 등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을 의미한다. 일반 음식점업의 월별 생산지수는 2010년대 들어 대부분 100 미만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지난해 12월 106.0을 기록한 일반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올해 들어 월 기준으로 한 번도 100을 넘지 못한 채 대부분 90대에 머물더니 9월 들어 고꾸라졌다.

통계청은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식당을 찾는 손님이 줄어 음식점업 자체가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음식업은 한국경제 공급 사슬의 최전방에 있다”며 “조선·철강 구조조정으로 공장이 문을 닫으면 공장 주변에 있던 음식점들도 함께 문을 닫아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부담 늘어나는 월급쟁이…지갑 열기 힘들어

월급쟁이 세금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근로소득세가 매년 2조원씩 증가하며 올해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가 매년 줄어드는 점을 볼 때 근소세 증가는 내수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국세청에 따르면 소득세수는 2012년 45조8000억원에서 2015년 60조7000억원으로 3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45조9000억원에서 45조원으로 2% 줄었다.

특히 소득세 중 근로소득세는 매년 2조원씩 늘어 지난해 기준 27조1000억원으로 3년 동안 38.3% 급증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근로소득세수는 사상 처음으로 30조원 돌파가 현실화 될 공산이 크다.

정부에서는 명목임금 상승, 과세인원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법인세 등 다른 세목에 비해 지나치게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열린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월급쟁이 소득세를 걷어 법인세 구멍을 메꾸는 꼴”이라며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쓰고 보자”…눈덩이 가계부채 손 놓은 정부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가계부채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매년 가계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벌써 130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실상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257조300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54조2000억원 늘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125조7000억원(11.1%) 급증했다.

LG경제연구소에서도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중 분할상환 대출 확대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 주택담보대출에서 분할상환 비중은 2010년 6.4%에서 올해 6월 41%까지 올랐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나치게 가계대출 고삐를 죌 경우 부진한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미래 위험과 현재 소비위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 가계부채 문제 연착륙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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