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채권 운용역도 '더 이상 채권이 안전자산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채권형펀드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7일 "트럼프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우리나라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국고채 금리는 줄줄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5.4bp(1bp=0.01%포인트) 뛴 1.689%를 기록했다. 이런 상승세는 5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같은 날 모두 4bp 이상씩 올랐다.
회사채 시장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금리가 중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관 투자자도 회사채 인수를 꺼리고 있다. 일부 기업은 새 채권으로 만기를 맞은 채권을 상환하는 차환발행 대신 현금 상환을 택하고 있을 정도다.
외국인 자금도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이달 11일까지 한 주 동안 외국인은 만기 도래한 채권 3000억원어치를 순상환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권 잔액도 약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인 91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채권시장 큰손인 템플턴자산운용도 원화채권을 잇달아 매도하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장기 투자자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집중 매도에 나서고 있다"며 "주로 5년 이상인 중장기 채권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곡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채권 운용 손실이 커지면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 직원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나마 정규직은 그냥 퇴사하면 되겠지만, 계약직은 본인 돈으로 손실을 메워야 할 수도 있다"며 "일단 소나기는 피해 가야겠지만,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12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에서 패닉 현상도 단기간에 잦아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형펀드 운용역은 "시장에서는 '더 이상 채권이 안전자산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자칫 채권형펀드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최근 금리선물시장에서 베팅 결과를 근거로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94%에 이른다고 전했다. 미 대선 전인 이달 초만 해도 블룸버그는 가능성을 60%대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