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급기야 제1야당 대표의 비선실세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른바 ‘추미애의 최순실’ 의혹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불쑥 제안했다가 14시간 만에 회군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추 대표의 돌출 행보가 ‘11·12 100만 촛불’ 이후 불거지자, 여의도에선 “민심은 촛불을 들고 나갔더니, 제1야당 대표가 계산기를 들고 나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이날 추 대표의 일방적 회담 취소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사실상 불신임을 받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예고된 秋 리더십…“全예방 파동 시즌 2”
추 대표의 리더십 부재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지난 8·27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지를 업고 제1야당 대표에 올랐지만, 당시 당 내부에서도 추 대표의 ‘독불장군식’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돌출 행보는 이명박(MB) 정부 때인 18대 국회의 ‘노동법 날치기’ 사건이다. 추 대표는 당시 민주당 소속의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추 대표는 2009년 12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의 퇴장을 묵인한 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들의 노동법 날치기 처리에 동조했다.
소신을 앞세운 추 대표는 차명진 당시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원장과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의 안을 기초로 노동관계법 대안법을 내놨다. 야권 당론을 무참히 짓밟고 기업별 복수 노조 시대를 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를 언급하며 “추 대표의 리더십은 불통”이라고 비판했다.
8·27 전대 이후 회군은 박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당선 직후 국민통합의 명분을 앞세워 12·12 사태를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다가 당내 반발이 극에 달하자, 이를 전격 취소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추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철회에 대해 “또 자다가 일어나 봉창 두드린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대표직 수행 3개월도 채 안 된 추 대표가 두 번째 회군을 선택, 정치적 국면에서 자충수를 뒀다는 점이다. 특히 비상시국에서 추 대표는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무시한 채 승부수를 던지면서 제1야당 비선라인 의혹까지 덮쳤다.
추 대표는 이날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부터라도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기 위한 ‘비상시국 기구’의 구성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에 들어가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추 대표가 중간에 한 사람을 두고 며칠간 (영수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며 “(영수 회담 결정 배경에) ‘추미애의 최순실’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이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추 대표의 특보단장인 김민석 전 의원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영수회담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추 대표를 비롯해 당 주류가 향후 촛불정국에서 ‘일방통행식 행보’를 고집한다면, 단독 영수회담 무산 이후 가까스로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야권 공조가 물거품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통화에서 “추 대표의 ‘독불장군식·돈키호테식’ 리더십을 보면, 전체적으로 정국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100만 촛불 시민들이 광장에 나온 상황에서 추 대표의 돌출 행보는 제1야당의 정치적 정당성을 스스로 허물어뜨린 것으로, 문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도 마이너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