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가뜩이나 경기둔화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리스크’까지 얹혀 지면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가 골치를 썩게 됐다고 15일 보도하기도 했다.
래리 후 맥쿼리 증권 중국경제 책임자는 "트럼프의 당선이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불확실성투성이"라며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게 한층 더 까다로워지면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UBS 그룹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절하를 한층 더 용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의 자본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의 재정확대 정책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끌어올리면,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게 된다. 선진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결과적으로 중국 내 자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개월째 자금 유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6월 말 4조 달러에 육박했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절하를 방어하는 데 소진하면서 가파르게 줄어서 10월말 현재 3조120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에만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53% 하락했다.
위안화 환율 불안정은 중국이 추진하는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라는 장기적인 목표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의 당선이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무역보호주의가 오히려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 달러 자산 외 투자처에 눈길을 돌리면서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관타오 전 중국 국가외환국 사장(司長, 국장급)도 "트럼프가 반 세계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는 위안화의 글로벌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