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비자카드 국부유출 논란] 1. 외압에 무너진 금융당국 ... 국내 카드사만 봉

2016-11-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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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외국기업 갑질의 단초 제공

[시리즈 순서]
1. 외압에 무너진 금융당국
2. BC카드 사례로 본 공정위 제소의 한계
3. 카드업계 내홍이 수수료 인하 발목잡아
4. 비자카드 버릴만한 히든카드 만들어야

아주경제 전운·한지연 기자 = 비자카드가 한국에만 결제 수수료를 10% 인상하기로 하면서 카드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해외결제 수수료를 비자카드에 제공했던 카드사들은 당장 100억원을 더 추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 금액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비자·마스터카드 등에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급하며 국부유출 논란을 낳고 있는 해외결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지난 9월 비자카드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8개 카드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했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외압에 무너진 금융당국 … 외국기업 갑질의 단초 제공

비자카드 등 해외 카드망을 이용한 결제수수료에 대한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해외결제 수수료를 두고 ‘국부유출’이라는 논란은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메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카드사들이 다른나라는 제외하고 한국의 수수료만 인상하는 등 갑질을 서슴치 않는 것은 사실상 국내 금융당국이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업계의 방패막이 노릇을 해줄 금융당국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사실상 해외 카드사들이 국내 시장을 우습게 보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도 해외 카드사에 수수료를 내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의 결제 이외에도 비자·마스터 등의 카드를 발급받으면 국내 결제에서도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같은 의지는 제대로 실행조차 못해보고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자카드 등 미국계 신용카드 업체들이 미국 대사관 직원을 대동하고 금융위원회를 항의 방문했다"면서 "한국 금융당국의 수수료 규제는 한·미 FTA 위반이다"라며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규제 의도는 없다"면서 일단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 금융당국은 비자·마스터카드의 국내 수수료 계약에 불공정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고 공정위 등과 협력해 다각적인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통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를 전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해외 업체가 한·미 FTA를 내세워 국내 금융정책을 무력화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특히 제소 없이 항의만으로 당국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유사 사례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금융당국이 무너지면서 해외결제망을 어쩔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한국 카드사들은 비자·마스터 등 해외카드사들의 ‘갑질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정부의 무능한 정책은 2009년 비자카드의 수수료율 인상 철회 사건과 대조적이어서, 업계는 아직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9년 당시 비자카드는 0.2%P 수수료율을 올리려 했지만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의 반대로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비자카드 최대고객인 비씨카드의 장 사장은 비자카드 고위자문위원회 위원직을 겸임하고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격 사퇴하며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

국내 최대 고객인 비씨카드가 자체 해외카드 상품 개발과 새 파트너와 계약을 할 경우, 비자카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개인도 해외기업의 갑질에 대응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는데 금융당국이 FTA를 이유로 너무나 무책임하게 항복했다”며 “이같은 정부 정책이 국내 카드업체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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