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작품이다.
이어 “쫓고 쫓긴다는 점에서 ‘감시자들’과 비슷할 수 있겠지만 이번 작품은 더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 어떤 배우가 하면 좋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세 분이 다 캐스팅을 허락해주셨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지만, 곧 “하지만 찍으면 찍을수록 죽겠더라”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도심과 필리핀을 오가는 대규모 로케이션이나 필리핀 한복판을 가르는 짜릿한 액션, 깊이 있는 캐릭터 연구 등 조의석 감독과 배우들, 스태프들이 고민해야 할 점이 너무도 많았다.
MC 박경림은 “조의석 감독이 촬영하면서 많이 고생했다. 10kg 이상 빠졌다고 한다”며, 이병헌에게 시달린 게 아니냐고 물었고 이병헌은 “괴롭히긴 했지만, 감독님이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밥 먹으라고 쫓아다녔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은 “밑도 끝도 없이 나쁜 역할을 할 때는 연기하는 배우가 그 인물에게 설득당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고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국내 영화로는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이후 8년 만에 악역을 맡게 된 그는 외형적으로 다양한 변신을 주고자 했고, 흰머리나 수염 등으로 캐릭터의 성향을 돋보이게 했다.
조의석 감독을 들볶은(?) 건, 이병헌만이 아니었다. 마닐라 존스 브릿지를 전면 통제하고 필리핀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등 화려한 액션을 구가하던 도중 강동원이 부상을 입게 된 것이다. 카체이싱 도중 긴 유리조각이 목을 찌르고, 얼굴에 파편이 튀는 등 큰 부상을 당한 강동원은 아찔했던 당시 상황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사고 후 “카체이싱 액션이라 스태프들이 멀리 대기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얼굴을 보니 피가 너무 많이 나더라. ‘큰일 났다 촬영을 접으려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감독님이 절망에 가까운 얼굴로 다가오시더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감독님이 제 얼굴을 확인하고 ‘배우 다쳤어!’ 하고 소리를 지르셨다”고 말해,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했다. 아직도 메이크업으로 상처를 가릴 정도라고.
조의석 감독의 마음을 가장 이해하는 건 김우빈이 아니었을까. 전체 배우 중 두 번째로 나이가 어리다는 김우빈은 대선배들과의 작업하는 만큼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너무 많은 선배님과 함께하다 보니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고민했다”며 “선배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 이병헌 선배님은 촬영장 전체를 보시는 편이다. 연기할 땐 집중력과 디테일이 대단하시다. 또 강동원 선배님은 아이디어가 좋아서 저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6년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마스터’는, 영화팬들만큼이나 배우·감독에게도 기대가 큰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다. 이 영화가 다루는 지점 역시 사회를 반영하는 이야기고, 그것을 해결해가면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드리려고 의도한 지점도 있으므로 힘든 현실이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휴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더욱 기대를 북돋웠다. 12월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