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54> 이름 속에 이야기를 품은 서울의 고개들

2016-11-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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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현재 서울 중구 충무로2가에 있던 '진고개'는 옛 중국대사관 뒤쪽에서 세종호텔 뒤쪽까지 이르는 곳이었다. 남산의 산줄기가 뻗어 내려 오면서 형성된 이 고개는 그리 높지 않은 고개였지만, 흙이 몹시 질어 비만 오면 길바닥이 진흙이 돼 완전히 길이 끊길 정도였다고 한다.

한자로 '진흙 이(泥)'자를 써서 이현(泥峴)이라고도 불렀다. 크고 작은 8개의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은 산줄기에서 뻗어 나온 230여개의 고개들이 있는 도시다. 때문에 우리 주변에는 흔하게 고개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진행된 도로확장 계획에 따라 길이 새로 닦이며 수많은 고개가 깎여나가고 콘크리트로 덮여버렸다. 하지만 더불어 고개에 얽힌 이야기들마저 사라지고 덮이는 현상은 안타깝다. 고개들의 이름은 진고개의 경우처럼 지형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 많다.

용산구 후암동 두텁바위고개는 모양이 둥글고 큰 바위가 고개 중간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신내동 새우고개는 신내동의 새고개마을에서 경기도 구리시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새우등같이 꺾여 있는 모양 덕분에 명칭을 얻었다. 좀 더 구체적인 사연을 가진 고개들도 있다.

진고개가 있던 충무로일대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식 이름인 본정(本町: 혼마치)으로 바뀌는 수모를 겪었다가, 광복 후 1946년 우리 식으로 동명을 개정할 때 충무로(忠武路)로 고쳐졌다. 세종로·을지로 등의 명명도 같은 시기에 정해졌다. 이렇게 서울의 고개들은 그 이름 속에 이야기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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