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워싱턴 로비업계, "르네상스 열린다"

2016-11-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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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신이 난 곳은 ‘K스트리트’로 알려진 미국의 로비업계다.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오르고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지난 수년간 이어졌던 정책 교착 상태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살아난 것이다. 

10일 뉴욕타임즈(NYT) 보도에 따르면 로비스트로 변신한 트렌트 로트 미시시피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기업 고객들로부터 쉴 새 없이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수년 간 워싱턴의 로비업계는 침체를 겪었다. 거의 20년간 꾸준히 성장하던 워싱턴 로비업계는 2010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뒤 행정부와의 갈등으로 법안 처리가 지체되면서 2011년부터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공화당이 집권당인 동시에 의회 다수당에 오르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추진이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 아도비, 유통회사 월마트 70개 회사를 고객으로 보유한 로비업체 멜맨 캐스태그네티 로젠&토마스의 브루스 멜맨 창립자는 “트럼프의 사업 운영 스타일이나 대선 캠프에서 그의 정책 접근법을 볼 때 친기업적 행보가 기대되며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의 계획을 구체화하고 트럼프의 의지를 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 전역의 로비스트들과 동업조합 대표들은 우선순위를 검토하느라 분주하다. 여기에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내세운 금융규제 철폐, 법인세 인하, 오바마케어 재검토, 인프라 투자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앞서 트럼프는 로비스트들을 비난하며 거리를 두었다. 그는 작년 8월 CBS의 페이스더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기부금에 조건이 있다면 받지 않겠다. 나는 로비스트는 원하지 않는다. 특정 이해관계도 원치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워싱턴의 막강한 로비스트들은 트럼프의 베테랑 정책 자문가 그룹이 클린턴보다 훨씬 빈약하고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트는 “트럼프는 워싱턴의 상황을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늪에 빠진 미국 정치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그 늪을 안내할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인수위 구성에도 로비스트들을 참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MWR 스트래티지스의 마이클 맥케나는 에너지국 인수위에, 브라운스테인 하야트 파버 슈렉의 데이비드 번하트는 내무부 인수위에 각각 포함됐다. 

로비스트들은 트럼프 측근들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로트의 경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제프 세션스 앨러배마 공화당 상원의원, 수석 정책 보좌관 후보 중 하나인 릭 디어본,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의 비서실장인 데이비드 호페 등과의 친분관계를 강조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브루스 조스틴 수석 로비스트는 이미 트럼프의 인수위 멤버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공회의소는 우선 오바마 행정부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거부한 키스톤 송유관 건설의 허가나 원유 및 가스 탐사 재개 등을 우선 추진할 예정이다. 키스톤 송유관 건설은 캐나다 서부 앨버타 주에서 미국 텍사스 주 멕시코 만까지 송유관을 연결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공화당이 적극 추진했으나 환경단체 등의 반발과 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지연되어 왔다.

금융업계 로비스트들 역시 조심스럽게 트럼프 행정부에 접근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금융사 고객들을 보유한 CGCN 그룹의 샘 K 게둘딕은 대통령령이나 입법을 통해 폐기할 수 있는 “낡고 비효율적인 규정 목록을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과반 이상만을 요구하는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전히 논쟁적인 법안은 기존과 다름없이 60표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상원에서 공화당 의석은 51석이다. 

민주당 로비스트인 스티브 엘멘도프는 “민주당은 행정부와 의회 모두를 놓쳤기 때문에 결코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상원에서 입법을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화당은 민주당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행정부건 첫 해는 전통적으로 생산적인 해였다. 로비 그룹인 BGR 그룹의 제프리 H 번바움은 “지난 몇 년과 비교해 2017년에는 훨씬 더 많은 이슈들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많은 기업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유세에서 정부 관리와 상ㆍ하원 의원의 퇴임 후 로비를 막는 강력한 규제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 D.C. (정가의) 오물을 걸러내야 할 때"라며 정부 관리가 공직을 떠나고 5년 동안 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방안을 재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료들이 퇴임 후 규제 관련 분야의 컨설턴트나 고문을 맡지 못하도록 로비스트의 개념을 확장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당선되면 “정부 부패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이 등록을 하면 로비활동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이러한 합법적인 로비 할동을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정책에 반영하려한다.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 자금규모는 한해 30악달러 가 넘고 등록된 로비스트만 1만2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로비스트들의 활동은 1791년 수정 헌법에서 청원권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다. 수정 헌법 제 1조는 미 연방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의 권리,불만 등의 시정을 위해 정부에 청원 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고 규정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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