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노경조 기자 =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원·달러 환율 등 국내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금·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에 대비한 적정외환보유액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긴급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7위 규모며, 2008년 74% 수준이던 단기외채 비중도 지난해 말 29% 낮아져 외환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외화 유동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상황이 3개월 연속 지속되도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외화 유동성 비율은 감독 규제 기준(85%)을 웃도는 100% 이상 수준이다. 은행별로 △우리은행 118% △KB국민은행 116% △신한은행 109% △NH농협은행 108% △IBK기업은행 103% △KEB하나은행 102% 등이다.
시중은행들은 커미티드라인(외화마이너스통장) 한도 확대, 국·공채 매입 등 추가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보다, 모니터링을 통해 불안정한 대·내외 시장 상황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을 지금보다 600억~700억 달러 이상 더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국가와 비교한 상대적인 규모가 아닌 자체 적정외환보유액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을 한꺼번에 유동화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출과 연계한 환율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가운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외환시장 감시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초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에 4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적정외환보유액을 계산하는 3가지 방식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3개월분 수익액+유동외채+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의 3분의 1'이라는 수식에 따른 값이다.
최대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무조건 많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의 가장 큰 요인인 '정치 불확실성'이 안팎으로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3개월분 경상수입액'만을 고려한 적정외환보유액은 금융자유화가 이뤄지기 전이어서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