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5)이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와 비밀리에 만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동안 '최씨를 모르며, 만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어 온 김 전 차관이 사실상 최씨 일가의 '집사' 노릇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KBS는 김 전 차관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가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창립 논의 단계에서 최씨·장씨 등과 함께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고 8일 보도했다. 전 올림픽 국가대표 A씨는 "김 전 차관이 최씨가 운영하는 서울 논현동 카페 '테스타 로사'에 두 세 번 온 것을 직접 봤다"며 "만남은 1층 카페가 아닌 2층 바에서 비밀리에 이뤄졌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과 관련한 실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주로 밤에 혼자 최씨의 카페로 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해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승마경기장이 갑자기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익숙한 경기장인 인천으로 변경되는가 하면 대한승마협회내 최씨 반대파 관계자들이 대거 물갈이되는 등 김 전 차관이 최씨와 연루됐다는 소문이 꾸준히 회자돼 왔다. 김 전 차관은 이를 '체육계 바로잡기'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살생부를 작성했던 승마협회 전 전무이사는 횡령 등으로 실형을 받고 나온 뒤 최씨와 가깝께 지내온 인물이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씨에 대한 특혜와 국가대표 선발 등을 두고 '공주 승마'라고 주장하자, 김 전 차관은 문체부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정씨가) 중·고등학교부에서는 독보적인 선수의 자질이 있다는 게 승마계의 평가"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강제 모금을 통해 지난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의 배경에도 김 전 차관이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닫은 체육인재육성재단의 3대 이사장이었던 정동구(74)씨는 K스포츠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단 폐지 당시에도 문체부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던 체육인재육성재단측은 "우리가 K스포츠 재단 설립의 희생양이 됐다"고 비판한다. 정 이사장에 이어 체육인재육성재단 4대 이사장이었던 송강영 동서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김 전 차관을 "체육인의 탈을 쓴 악마"라며 "(체육인재육성재단의 갑작스러운 해체는) 김 전 차관이 거대한 권력 뒤에 숨어서 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2년 새 세 차례나 바뀐 것도 김 전 차관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5월 갑작스럽게 물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김 전 차관과 평소 마찰을 빚었고 일방적으로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최씨가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K스포츠재단에 기부를 거부해 해임됐다는 의혹이 일던 터였다. 2014년 7월 돌연 사퇴한 김진선 전 위원장도 김 전 차관과 인사 개입, 공연 내용 수정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반면 김 차관과 친분 있는 인사나 대학 동문 등은 요직을 차지했다.
장시호씨가 '판다 아저씨'라고 부를만큼 최씨 일가와 각별한 사이였던 김 전 차관은 연이은 의혹 제기에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순실, 송성각, 차은택에 이어 검찰의 칼끝은 김 전 차관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