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가도를 걸으며 급부상한 중국, 이에 따라 늘어난 부(富)와 영향력, 그 속의 ‘리더(기업인)’인 부호들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도 증폭됐다. 최근 국내외 뉴스에 가장 많이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은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과 중국 최고부호 자리를 다투고 있는 마윈 회장이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물론 레이쥔 샤오미 회장 등 거물급 남성 기업인도 익숙하다.
하지만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지탱하고 중국의 미래는 젊은이에게 있다고 했다. 초고속 성장에서 중속 질적성장을 의미하는 뉴노멀 단계에 진입한 중국은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 혁신국가로 도약을 노리며 경제체질 전환, 구조조정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도 중국 경제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여성과 청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세상의 반은 여자, 약진하는 중국 여성부호
지난달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후룬 50대 중국 여성 부호’ 순위에 따르면 중국 최고 여성부호는 베이징의 ‘부동산 여왕’으로 불리는 천리화(陳麗華) 푸화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천 회장의 자산은 505억 위안(약 8조4148억원)으로 2016년 글로벌 자수성가 여성 부호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의 재벌 2세 양후이옌(楊惠姸)이 485억 위안으로 2위, 폭풍과기(暴風科技)’의 저우췬페이(周群飛)가 450억 위안으로 3위를 차지했다. 50위권에 오른 여성부호 중 자수성가로 성공한 여성은 전체의 62%에 달하는 32명으로 재벌 2세가 7명, 재벌 3세 1명, 유산 또는 남편의 재산으로 부자가 된 여성은 11명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중국 여성 부호의 입지는 상당하다. 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성공한 세계 여성 기업인 중 중국 본토 비중이 60%다. 천리화와 저우췬페이, 홍콩 부동산업체 룽후그룹의 우야쥔(吳亞軍) 회장, 장인(張茵) 주룽제지 회장과 부동산개발업체 소후차이나 장신(張欣) 회장 등 5명은 10위권에 올랐다.
‘2016 중국 100대 부호’에서 여성 비중은 24%로 지난해의 21%보다 늘며 중국 여성의 입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남성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중국 남성 50대 부호' 평균 자산은 560억, 순위권 진입 기준은 290억 위안이지만 여성부호 평균 자산은 156억 위안, 진입문턱은 80억 위안으로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 천리화 푸화그룹 회장
“나는 성공을 꿈꾸거나 대단한 사람이 되고자 한 적이 없다. 무엇을 하든 자립할 수 있었으면 했다. 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했고 모두 이뤄냈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 고됨을 모두 맛보았다. 매 순간 시련과 행복을 선택한 것도 나였다.”
중국 최고의 여성부호 천리화 회장은 그야말로 ‘주먹쥐고 일어선’ 자수성가형 부호다. 중국에서도 여성의 성공의 길은 여전히 고되다. 최근 IT 창업 등을 통해 청년 부호가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주목받는 여성 창업자가 드문 것도 그 증거다. 천 회장은 인생도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노력, 여기에 중국의 초고속성장이 인생 반전의 기회가 됐다.
1941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천 회장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가정환경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 했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천 회장은 가구수리를 시작했다. 힘든 일이었지만 물불을 가리지 않았고 ‘신용’을 최고 가치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곳곳에 숨어있는 고가구를 비싼 값에 판매하며 사업 밑천을 마련한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벨기에 별장 12채를 저렴하게 구입해 고가로 판매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홍콩에서 ‘푸화그룹’을 세웠고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 장악에 나섰다.
중국 본토의 시장 가치를 파악한 천 회장은 베이징으로 넘어와 시내에 아파트와 빌딩을 지었다. 그리고 이를 팔아 그야말로 ‘대박’을 쳤고 ‘베이징의 부동산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상승곡선과 함께 천 회장의 인생도 상승세를 탔고 2012년 미국 ‘타임스’ 선정 ‘올해의 세계 100대 영향력있는 인물’에 이름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 중국의 미래, 바링허우(80后) 청년부호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지도부는 ‘만중혁신, 대중창업’을 외치고 중국 청년 인재의 도전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물도 ‘주렁주렁’하다. 창업에 성공하고 기업이 커지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들의 ‘부’도 커졌다. 부가 커지면서 사업은 다시 확장되고 중국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하나, 둘 자리잡고 있다. 후룬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자)’ 자수성가(창업자) 부호 순위를 시장이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바링허우 자수성가 부호 1위는 종합 IT 서비스 기업인 한딩위여우(漢鼎宇佑)인터넷의 왕치청(王麒誠), 우옌(吳艶) 부부였다. 총자산은 245억 위안이었다.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을 장악한 ‘드론의 대왕’, 다장(DJI)의 왕타오(汪滔)가 240억 위안으로 2위를 차지했고 우버차이나를 인수해 세계의 주목을 받은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청웨이(程維), 온라인교육업체인 하오웨이라이(好未來)의 창업주 장방신(張邦鑫)이 총자산 130억 위안으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온라인 네트워크 서비스업체 롄뤄후둥(联络互动)의 허즈타오(何志濤),벤처투자업체인 JD Capital(九鼎)의 우창(吳强)이 공동 5위로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중국 셀카 애플리케이션(앱) 메이투(美圖 11위), 맛집소개업체인 다중뎬핑(大衆点評 17위), 화장품 등 뷰티전문 온라인쇼핑몰 쥐메이요우핀(聚美优品 공동 20위) 창업주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후룬연구원의 자산 20억 위안 이상인 자수성가 청년 창업주 순위에 오른 바링허우는 총 21명이었다. 이들의 평균자산은 76억 위안, 평균 연령은 34세로 젊었다. 가장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머쥔 것은 올해 30살인 후이량(匯量)테크의 돤웨이(段崴 18위)다. 21명의 중국 청년 자산가 중 여성은 남편과 함께 1위를 차지한 우옌 단 한 사람이었다.
▷ 한딩인터넷, 한치청·우옌 부부
중국 바링허우 창업자 최고 부자인 한치청, 우옌부부는 스마트시티 서비스업체이자 종합형 IT 기업인 한딩인터넷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올해 37살, 35살로 최근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며 미래의 중국 대표 기업인의 길을 예약한 ‘다크호스’다.
1980년생인 왕치청은 2002년 창업한 ‘한딩발전’을 바탕으로 2006년 지금의 한딩인터넷을 세웠다. 왕치청은 스마트 홈과 스마트 시티를 주목했고 그의 안목이 적중하면서 한딩인터넷도 상승세를 탔다. 2012년에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창업판 상장에 성공하며 중국 창업신화 행렬에 동참했다.
상장 이후에는 인공지능(AI)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왕훙 1인 미디어 플랫폼, 영화·미디어 업체 등을 인수하며 한딩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상장 당시 16억 위안에 불과했던 한딩인터넷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200억 위안을 넘어섰다.
왕치청의 미모의 부인이자 창업파트너인 우옌도 중국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2006년 25살의 우옌은 400만 위안을 한딩인터넷에 배팅하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한딩인터넷과 위여우미디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들 부부의 한딩인터넷은 젊은 감각과 정확한 시장예측, 합리적 사고방식으로 성공한 기업으로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최연소 청년갑부 돤웨이
순위에 오른 가장 어린 창업자는 후이량테크의 돤웨이다. 올해 30살로 지난 2013년 3월 글로벌 모바일 디지털 마케팅 및 모바일 퍼블리싱 플랫폼을 제공하는 후이량테크(Mobvista)를 창업했다. 후이량테크는 광고주와 앱 개발자에 고객확보, 트래픽 확대를 위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저장대 출신인 돤웨이는 2008년 화웨이 해외시장 상품매니저를 맡았고 2010년에는 중국 모바일 브러우저 ‘UC웹’에 입사해 글로벌사업부 부총감으로 활약했다. 당시 인지도가 없었던 UC웹을 글로벌 모바일 브라우저로 성장시킨 일등 공신이다. 돤웨이가 UC웹을 떠날 무렵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시장점유율은 25%에 육박했다.
후이량테크도 성공가도를 걷고 있다. 후이량테크는 세계 240여 국가 및 지역으로 시장을 넓혔고 올 2월 앱플라이어가 발표한 세계 안드로이드 영향력 순위에서 페이스북과 구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현재 직원 수만 350명이다. 후이량의 게임브랜드 브이스타게임(Vstargame)도 동남아 지역 게임 앱 순위 상위권을 장악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