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新지도가 필요하다]⑤ "중국은 지금 대전환기…'桶'으로 봐야 진짜 중국이 보인다"

2016-10-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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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中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 대처…전략적 환경 만들기 넘어 '뚜어넘기'

"내년 전당대회 앞서 당 개혁에 집중…규제·제도경쟁 선행적 연구 시급"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최근 한·중관계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에 귀가 번쩍 띄었다. 중국은 지금 대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그러한 중국을 '통(桶)'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을 듣고서야 한중관계 신(新) 지도의 얼개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에 대한 연구를 가장 심도 있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민간 연구기관인 성균중국연구소의 이희옥 소장을 만나 대전환기의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이희옥(57) 성균중국연구소장은... △2014 중국 지린대학 객좌교수△ 2013.10 일본 나고야대학교 특임교수 △2013 중국 수도사범대학 겸직교수 △2012.03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 2012 현대중국학회 회장 △2007.03 ~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 정치외교학과 교수 △ 2005.09 중국해양대학 초빙강의교수 △2002 미국 워싱턴대학교 객원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2000 한국정치학회 이사.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중국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성균중국연구소가 진단하는 현재의 중국을 말해달라.

"중국은 대전환기에 접어든 것 같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많이 읽혔던 책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이다.  대전환기에 놓여있는 중국은 전략을 따라가는 전환기의 전략환경을 만들려는 게 아닌, 그것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주는 전환을 이겨내기 위한 고민을 정책당국이 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을 보고 깜짝 놀랐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방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치는 매몰비용이 적은 국가다. 정치지도자들이 준비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앞선 정부의 정책이 이어지면서 다른 정치체제와 달리 매몰비용이 적다. 이로 인해 중국은 중장기 전략을 세울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 전략을 지도부가 고민하고 세워가고 있다. 중국이 대 전환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지도부가 인식하고 정책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게 결국 우리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도전인 것이다."

▲ 다각적으로 변화하는 중국의 흐름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통, 즉 전체적으로 중국을 들여다봐야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사드 문제도 통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사드의 경우 중국으로서는 아주 마이너한 문제들이지 한·중 양자 간 문제는 아닌 것이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부분들은 중국의 큰 전략적인 변화를 전략, 정치, 사회, 경제, 대외를 종합적으로 보고 그 전체의 구도와 국면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을 들여다 보는게 중요하다."

▲ 최근 삼성과 현대 등 국내 대기업발 경제 위기와 관련해 중국의 위협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이나 현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리콜사태의 어려움이 아니다. 기술의 플랫폼이 다 만들어진 상태에서 이들 대기업들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생기는 문제가 본질이라고 본다. 중국의 자동차시장은 커졌지만 우리나라의 현대와 기아차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이 커졌지만 우리 브랜드의 판매량만 줄어든 것이다. 삼성의 휴대폰도 마찬가지 현상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기술적 문제라기 보다 기술의 플랫폼이 완성된 상태에서 새로운 산업구조의 전환기를 맞아 중국은 빠르게 전환을 준비했고, 이제 우리가 그걸 추격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이런 전략적 대전환에 대한 우리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루라도 빨리 그러한 부분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앞으로의 중국, 어떻게 봐야 할까.

" 앞서 말한 대전환기의 중국이 있다면, 두번째로는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대선이 있고, 중기적으로는 중국의 내년 전당대회가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중 간의 규범전쟁과 제도경쟁이다. 미·중 간의 패권전쟁 전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규범과 제도의 경쟁이 본격화할 때 중국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선행적 연구가 필요하다. 중국이 담론을 만들어 낼 때, 그 담론들이 지니고 있는 폭발력이 무엇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19차 전당대회때도 담론이 또 나올 거다. 또 일본과 북한처럼 '정체성 외교'를 하는 동아시아 주변국가처럼 중국 역시 '정체성 외교'를 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한반도의 주변국가 모두가 정체성 외교를 하는 동아시아의 격변을 잘 들여다봐야겠다. 특히 미·중관계 변화가 가져올 동아시아의 질서의 변화를 성찰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 중국 국내 정치의 위기감은 없을까

"중국이 반부패 운동을 우리 연구소에서는 구조개혁으로 봤다. 이 부패는 시장과 관련된 것이고 , 중국형 시장화를 어떻게 제도화하는 것과 관련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래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 중국의 국내 정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혁신의 문제, 당개혁인데, 내년 중국의 전당대회 목표는 당 개혁에 굉장히 비중을 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또 경제적으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디플레이션의 위기감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 선제적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사회적으로도 여러 가지 실험대에 올려진 중국은 과거에 비해 유동성이 강화된 사회를 시스템으로 통제하려 할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인터넷 업체와 손을 잡은 것도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성균중국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중국 연구 방면에서는 국내에서 제일 큰 규모다. 설립은 2012년말에 설립돼 4년째다. 전신은 동아시아지역연구소였는데 이후 중국을 특화하는게 좋겠다는 재단의 판단에 따라 새롭게 태어났다. 대부분의 대학연구소는 프로젝트 기반으로 상근 인력들이 출퇴근 하지 않는 형식이다.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나게 되면 연구가 지속이 안된다. 우리 연구소는 출퇴근 인력들로 구성됐고, 프로젝트에 의존하지 않고 중립적·객관적이며 독자적 중국 연구 의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중국의 중앙당교, 베이징대, 푸단대, 중국사회과학원 등 다수의 기관과 교류를 하고 있고, 안정적 연구 시스템을 구축한 연구소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연구소가 주로 하는 일들은 △국제적 네트워킹 안정화 시키는 것 △정기 간행물을 지속적으로 발행해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우리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브루킹스(연구원)처럼 인식한다. 우리 연구소가 개인의 역할보다는 시스템이 연구를 움직이게 하는 최소한의 인프라를 깔아놓은 셈이다."

▲ 연구성과도 궁금하다.

"네트워킹과 정기간행물 출간, 출판물 작업을 들 수 있다. 중국의 중앙당교와 공동연구해서 공동출판하고 한중관계 연두보고도 만들어 한·중 언어로 동시에 낸다. 엘리트를 분석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기존에 이뤄진 연구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 학습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데이터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또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책을 생산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청와대와 외교부 등의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하지만 연구소가 그 기능에 매진하지는 않는다. 이 외에 기업들에선 CEO 개인이 받아보기를 희망하는 중국 동향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한다. 전반적인 중국 동향을 읽어내기 위함이다."
 
▲ 국책연구기관들이 정부의 정책 홍보 등으로 인해 중국 연구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책연구기관들과 민간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연구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에서 그런 논의가 있어서 중국에 특화된 국가 차원의 연구기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흐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법화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란 고민하는 단계까지 와 있는 것으로 안다. 기본적으로는 국책기관의 연구는 정부의 정책방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리 독립적으로 한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정책 공공외교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 결함을 갖고 있다. 그것을 무시하고 결합하는 건 어려울 거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중요하다고 얘기만 하고 인프라 구축을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 대학 등 민간 연구기관은 어떻게 지식인프라를 구축하느냐가 중요하고 그걸 통해서 국책연구기관과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 성균중국연구소가 제시할 비전은.

"대학에 있는 만큼 앞서 말한 것처럼 연구인프라를 구축하고 안정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결국 연구를 확산하고 심화하는 기초가 되므로, 그로부터 만들어지고 생산된 정책들이 품위도 있고 지속가능하다. 이는 곧 한국의 지적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보다 강력한 데이터베이스 구축해 나갈 것이다. 우리의 비전이란 것은 이런 것들을 기초로 구체적으로 국제 협력의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또 단기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안해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고 싶다."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강정숙 기자 shu@


◆성균중국연구소는
성균중국연구소는 동아시아지역연구소를 확대, 개편해 2012년 중국 연구에 주력하는 연구소로 출범했다. 그동안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중국연구의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중국연구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성균중국연구소는 연구 인프라 구축과 연구와 정책의 확산을 위해 간단행본을 출판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연구기관과 지속가능한 소통과 시너지 그리고 장기적인 협동연구를 위해 교류하고 있다. 또 중국연구의 공공재(public goods)를 만들어 한국정부의 대중국정책수립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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