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각종 악재에도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주요 인사들이 등을 돌린다고 해도 사퇴 없이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CBS 등 현지 언론이 1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약하고 비효율적인 지도자 폴 라이언이 괜히 좋지 않은 전화회의를 진행한 탓에 다른 의원들도 라이언의 배신에 격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특유의 트위터 소통을 해왔던 트럼프는 대선 레이스에서도 입장을 표명하는 데 있어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날도 라이언 하원의장을 겨냥한 데 이어 "족쇄를 벗어나게 돼서 다행이며 이제 내 방식대로 미국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사퇴 압박에 응하는 대신 당의 지지없이 혼자서라도 대선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공화당 의원들에 대해 "불성실한 공화당원들은 승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으니 내가 알려줘야겠다"라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주장에 찬성하는 의견도 적지 않아 공화당 분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스티브 킹(아이오와) 하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의 핵심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트럼프의 좌절감을 끌어안고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이번 2차 TV 토론의 최대 쟁점이었던 '음담패설' 파일을 폭로한 장본인이기도 한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는 "파일이 공개됐을 때 실망스러웠고 화가 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선거가 더 중요한 이슈인 만큼 트럼프를 계속 지지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선 당시 트럼프의 최대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도 각각 트럼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에 대한 반대파와 지지파가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언론들조차 당내 균열을 심화시킬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가 라이언 하원의장과 주류 의원들에 대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자을 내놓으면서 당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혼란을 키울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