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 백남기씨 부검, 유족 설득할 것"… 유족 "부검 절대 반대"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지난 25일 숨진 故 백남기씨(향년 70세) 시신에 대한 법원의 부검 영장이 발부됐지만, 경찰은 무리하게 영장을 강제집행하기보다 유족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법원 영장이 구체적인 단서를 달고 발부돼 경찰이 집행하는데 고려할 요소가 많고, 유족들의 반대입장이 완강하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오후 8시 20분께 백씨 시신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발부했다.

백씨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지난 28일 오후 10시께 백씨의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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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족 대표로 나선 백씨의 장녀 도라지씨는 "저희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의 손에 아버지를 닿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백남기투쟁본부 한 관계자는 "유족의 뜻을 받아들여 부검을 반대한다"며 "사인이 명확한 만큼 부검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발부한 부검 영장은 장소와 참관인, 부검절차 등과 관련해 유족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했다.

예컨대 통상 부검이 이뤄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니라 유족이 희망하는 병원에서 부검을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집도의도 유족이 원할 경우 국과수 소속 법의관이 아닌 민간의 다른 법의학자에게 맡길 수 있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재한 유효기간은 다음달 25일이다. 이 기간 내에 경찰이 유족과 협의를 이루지 못하면 집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유족이 부검을 끝까지 반대할 경우 영장을 집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는 해석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도 있다.

다만 수사기관은 영장이 발부되면 공권력 행사의 강제성을 인정받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유족 설득이 불발되더라도 경찰이 영장을 집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도 유족과 접촉해 의견을 듣는 게 우선"이라면서 "유족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백씨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그는 317일 간 의식불명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다가 지난 25일 오후 1시 58분께 공식 사망 판정을 받았다.

백씨 가족과 농민단체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살인미수(예비적 죄명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