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한 언론매체가 주최한 한국의 전문가 초빙 토론에서 어느 한 학자의 발언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례들 중에서 지면관계상 필자가 반발하고 싶은 한가지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핵 개발 추진은 바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핵 개발을 반대한다”는 이 학자의 말은 도대체 어느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일까? 스스로 논리적 함정에 빠진 이런 궤변적 논리 전개에 대해 “학술적 논리전개가 우선이 아니라, 논리전개의 핵심은 국가 이익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충고를 하고 싶다.
◆논리적 궤변에 빠진 의미없는 논쟁들
우리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든 말든, 북한은 실질적인 핵 보유국의 지위는 물론,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민의 핵심은 그 핵무기의 사용 대상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목적은 이제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을 넘어서서 흡수 통일을 핵심 목표로 전환하고 있는데, 한국의 소위 전문가라는 이는 학술적 시각의 논리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실과 논리적 전개의 차이를 간파하지 못하는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설사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우리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들, 구속력이 없는 이 말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학술적 논쟁보다 국가 이익이 우선이다
북핵문제에 있어서, 주변 강대국들은 모두 자국의 이익보호와 이익확대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직접적 피해자가 될 한국은 어이없게도 정당이나 개인간의 정치적 논쟁으로, 혹은 학술적 논쟁의 쟁점화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시각의 차이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국가이익의 추구라는 공동의 대외목표는 일원화되어야 한다.
1991년 북한 김일성에 의해 시작되고, 김정일을 거친 북한의 핵 개발은 김정은 시대에 완성단계에 도달했다. 25년여를 추진해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김정은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실전화 배치가 현실로 다가오는 이러한 일방적인 상황하에서도, 한국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유효한가? 한국은 이 선언을 지켜야 하는가?
지켜야 한다고 답하는 것은 의미없는 학술적 논쟁의 연장선일 뿐이다. 비핵화 선언이 논점의 핵심이 아니라, 북한의 핵보유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따라서 한국은 국익추구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보유 현실화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모순점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즉, 이 선언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국익 추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논점의 핵심이어야 한다.
◆핵무기 전력화를 통한 북한의 흡수통일 전략
이미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지만, 핵무기 보유와 실전 배치가 완성된 이후의 북한이 취할 전략은 세 가지로 보여진다. 첫째, 미국과의 핵 군축협상을 통한 보상 요구이다.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핵 군축협상을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와 이에 따르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것이고, 핵 전쟁 발발의 가능성으로 위협하는 북한의 요구에 미국은 결국 응하게 될 것이다.
둘째, 미일과의 국교 정상화를 통한 김정은의 정권 안정화이다. 북미수교와 북일수교를 통해 정권의 안정화와 한반도에 대한 북한의 이니셔티브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음의 세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치밀한 사전 준비단계이기도 하다.
셋째, 한국의 핵 인질화와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 추진이다. 북한은 충분한 핵 투사 능력을 바탕으로 주변국에게 한반도 문제는 한민족 내부의 일이므로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배제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일본이 LA나 동경 등 자국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북한과의 핵전쟁 위험성에 적극적인 무력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주변국들이 관망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인질이 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선택과 대응은 사생결단의 전면전이겠지만 이마져도 승산이 없다.
◆의미없는 논쟁으로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현재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한 논쟁은 처음부터 다시 전개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공동의 핵심이익인 국가이익 추구를 간과한 채 전개되는 의미없는 논쟁과 정쟁은 내부 분열만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국에서 우리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국익추구라는 공통의 관점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검토해야 한다.
주변국에서 반대할 것이고, NPT를 탈퇴해야 하며, 유엔의 경제제재를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핵무기 개발은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포기해야 한다. 핵무기 개발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고 과정이며 전술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 개발 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환 이익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나 남아있는 것일까? 이 질문을 다른 시각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우리가 불필요한 논쟁과 정쟁으로 시간을 물쓰듯 낭비하고 있는 지금부터 북한의 핵 인질로 전락하는 시간은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