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밥상머리 민심을 잡아라.” 추석 메시지 주도권 선점을 향한 여야 간 지략 대결의 막이 올랐다. 2017년(19대) 대선을 꼬박 1년 3개월 앞둔 이번 추석은 ‘군웅할거’인 차기 대선판을 가늠하는 풍향계다. 3000만명 이상이 이동하는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은 전 세대와 지역, 계층을 관통하는 ‘민심의 용광로’다. 밥상머리 이슈의 주도권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추석을 엿새 앞두고 발발한 북한의 제5차 핵실험으로 올해 추석 밥상머리에서는 북한발(發) 이슈가 민심을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정부 1년차(2013년) 때는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2년차(2014년)에선 세월호 참사, 3년차(2015년) 때는 노동시장 개혁 및 정치개혁 등이 추석 민심의 주요 화두였다.
12일 여야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추석 메시지의 특징은 ‘지역·세대의 융합’이다. 3000만명이 이동하는 추석에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쪽이 추석 메시지의 ‘밴드왜건’(bandwagon·편승효과)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땐 김무성 전 새누리당·문재인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가 고향인 부산에서 전격 회동,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골자로 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합의,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추석 민심에 롤러코스터를 탄 것은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3년간 추석 당시 조사를 보면, 2013년 9월 첫째 주 주간집계에서 67%까지 상승했던 박 대통령은 같은 달 셋째 주 60.8%까지 하락했다.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과 청와대와 여야 대표 회동 후폭풍에 따른 결과였다.
이어 2014년 9월 둘째 주 땐 세월호 특별법 처리 지연에 대한 대통령 책임론 확산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4%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48.3%였다. 잇따른 정부의 실정으로 휘청거렸던 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 기간을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지 못한 셈이다.
◆與野, 북핵 리스크 관리 안간힘…민생 박차
여야 대권잠룡들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저마다 민생 행보에 나서며 바닥 표심 훑기에 나선다. 북핵 위기론 속에 민생 현안 잡기만이 자신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데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오는 14일 부산 중구연도 복지관을 방문하며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대구 동구을의 재래시장을 찾는다. 최근 공생(共生) 연구소를 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민심 스킨십 이외에도 ‘왜 지금 공존과 상생인가’ 집필 작업을 마무리한다. 모병제를 화두로 던진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도의 사업인 행복 카셰어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정우택 의원은 지역구 행사, 원유철 의원은 평택 공군한미연합작전 사령부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야권 대권주자들도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추석 직전 주말에 광주와 제주를 각각 방문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통합이든 단일화든 다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 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 없다”며 정면충돌했다. 이들은 9월 정국 중반부터 대선 룰 이니셔티브(주도권)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3일 쪽방촌과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방문한다. 이날 도청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직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힌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책 출간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세대교체 주자인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연휴 기간 대구·경북(TK)에서 민심을 다독일 예정이다.
한편 ‘리얼미터’의 2013년 9월 첫째 주 주간집계는 9월2일∼6일(9일 공표), 9월 셋째 주는 16일∼20일(23일 공표), 2014년 9월 둘째 주는 9월10일∼9월 12일(15일 공표), 지난해 10월 첫째 주는 9월 29일∼10월2일(5일 공표)까지 조사했다. 표본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213년 9월 첫째 주와 셋째 주)과 1500명(2014년 9월 둘째 주), 2000명(지난해 10월 첫째 주)을 대상으로 각각 조사했다.
조사 방식은 2013년까지는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방식, 2014년부터는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의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2013년)와 ±2.5%포인트(2014년),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2015년) 등이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