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장애인 표준사업장 '예그리나' 결국 '폐업' 수순 돌입

2016-09-0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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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그룹, 카카오 등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 행보와 대비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할 당시,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받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청산 수순에 돌입했다. 최근 LG그룹, 카카오, 한국타이어 등 대기업들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에 적극 동참하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7일 고용노동부 및 예그리나에 따르면 하림은 지난달 김상현 대표를 제외한 예그리나 직원이 모두 그만두면서 사실상 폐업했다.

김 대표는 “현재 청산작업을 위해 남아있을뿐, 하림 소속으로 회생 가능성은 없다”며 “이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청산을 확정짓게 된다”고 토로했다.

예그리나가 처음부터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는 고용부가 제빵업체 ‘예그리나’에 대해 STX 그룹내 5개 계열사(STX팬오션, STX마린서비스, STX중공업, STX, STX건설)를 중심으로 컨소시엄형 표준사업장의 우수사례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최대 주주였던 STX팬오션(44.4%)이 경영악화로 지난해 축산업체 하림으로 인수되며 덩달아 사정이 나빠졌다. STX그룹의 해체로 계열사를 상대로 한 판로가 대부분 끊겼고, 이전 STX그룹 시절에 비해 하림 임직원의 관심이나 지원도 적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하림으로 소속으로 변경이 된 뒤에도 STX엔진 노조 등에서 대량으로 제품을 주문해주곤 했다”며 “하림에서는 최고경영자부터 임직원들까지 관심이 덜했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공단입장에서는 표준사업장 경영개선에 힘써달라고 권고는 할 수 있지만, 기업의 경영부문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관여는 어렵다”며 “해운·조선 업종의 어려움으로 모기업의 힘들 경우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유지하기 어려울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오션은 최근 해운업계의 어려움에서는 한발 비켜선 모양새다. 2015년 영업이익 22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7.1% 성장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810억원을 달성했다. 또 모기업 하림의 탄탄한 지원으로 법정관리 이후 생존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이유로 시민 단체들은 하림과 팬오션이 규모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하림이 팬오션 등의 인수로 몸집불리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에 걸맞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존경받는 기업은 단순히 재계서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팬오션 관계자는 “예그리나 청산에 관한 문제는 모기업인 하림과 관련이 없다”라며 “하림이 예그리나의 최대주주였던 팬오션을 인수했지만 예그리나의 최대주주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수 차례 유상 증자로 예그리나에 대한 지원을 해왔지만 제한된 판로 등으로 경영 개선에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하림의 ‘예그리나’ 청산 이후 자회사형이 아닌 자립으로 재창업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청산절차가 마무리되면 예그리나를 다시 살려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때는 자회사형이 아닌 독자 회사로 만들어 떠난 직원을 다시 불러와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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