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 육성을 놓고 발빠른 구조조정으로 외형을 키우고 있는 중국 정부와 달리, 한국은 오히려 퇴보하며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5일 “물류산업은 글로벌 경제규모의 확대와 함께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산업"이라며 "국가물류 비전과 전략 부재는 중국과 같은 신흥경쟁국에 글로벌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고 경쟁력 약화는 국내 물류산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산발적이며 협소한 차원의 물류전략 틀에서 벗어나 경제 정책비전에 근거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구축, 기로에 선 물류산업을 국가산업으로 변모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은 철저하게 ‘일대일로’ 구상을 기반으로 중앙정부와 물류산업 및 연계산업 간 유기적이며 통합된 전략을 시행중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육·해·공 실크로드를 구축, 서남아·중동·북아프리카·동유럽 내 60여개국 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을 구상하는 만큼 중국 물류전략은 △서부지역 공항 및 항만·도로 등 인프라 확충 △칭다오 및 청두와 같은 글로벌 물류허브도시 육성 △유럽연합(EU)과의 항공산업 파트너십 체결과 철도협력 강화로 국제운송 시장점유 강화 등이 중앙정부의 주도로 추진 중이거나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의 물류산업 구조조정은 일대일로 개시 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1일 중국 1, 2위 선사인 중국원양운수(COSCO)그룹과 중국해운그룹(CSCL)의 합병안은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합병법인 ‘중국원양해운’의 운용 선단 규모는 1250척에 달한다. 운송량은 8500만DWT(재화중량톤수·선박이 실제 실을 수 있는 중량)을 초과해 세계 1위 해운사로 뛰어올랐다. 보유 컨테이너선은 288척으로 158만3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으며 규모는 세계 4위, 중국내 1위다. 드라이 벌크선은 355척으로 운송량은 3040만DWT, 세계 1위를 차지한다. 부두 운용 규모 면에서도 컨테이너 부두 물동량이 세계 2위, 국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중국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3, 4위 선사인 시노트랜스&CSC와 중국초상국(China Merchants)그룹의 합병안도 승인, 추진중이다. 시노트랜스&CSC가 중국초상국그룹에 합병되는 방식이다. .
지난해 말부터 중국 항공사 합병 소식도 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간 항공화물 혹은 여객 사업 부문만 통합하거나 혹은 3개 항공사 중 최소 2개를 합병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소문에 불과하지만, 해운업 구조조정에 이어 항공업도 규모의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물류산업의 거대화를 추진하는 배경은 중국이 세계 최대 무역국가로 성장했으나 생산품을 해외로 판매하는 물류산업은 선진국 업체에게 밀려 무역-해운-조선으로 연결되는 국가 경쟁력 향상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동북아 물류중심 허브’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성과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세계 5대 항만에 올라있는 부산항은 중국에 밀려 화물 처리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이번 한진해운 사태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의 항공화물 수송 순위는 지난해 세계 3위로 전년대비 한단계 내려앉았으며, 러시아·중국 등과 연결하겠다는 철도망 확장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물류산업 구조조정은 정부와 채권단의 더딘 대처로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운산업의 경우 양대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은 퇴출 위기에 직면했고, 현대상선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과거에 비해 힘이 위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