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0으로 크게 앞선 경기 막판 노출된 슈틸리케호의 수비 불안은 또 하나의 과제를 남겼다. 폭풍 2실점의 화살은 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31·가와사키 프론탈레)에게 쏠리고 있다. 과연 정성룡의 문제일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3-2로 이겼다. 한국은 중국과 역대 전적 18승12무1패로 절대 우위를 점하며 ‘공한증’ 징크스를 이어갔다.
마냥 웃을 수 없는 경기였다. 한국은 후반 21분 구자철의 세 번째 골이 터지며 3-0으로 앞서 대승을 예고했다. 하지만 추가 득점은 없었다. 오히려 중국의 파상공세에 밀려 내리 2실점했다. 경기 막판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중국에 일방적으로 밀려 가까스로 승리를 지켰다.
73분간 한국의 골문은 굳게 닫혔다. 하지만 중국 공격수 우레이의 스피드 넘치는 역습에 수차례 위기도 있었다. 결국 한국은 후반 29분 첫 실점을 시작으로 중국의 공격에 진땀을 뺐다. 2골 모두 수비가 아쉬웠다.
첫 실점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오재석의 실책성 수비에서 시작됐다. 오재석이 상대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완벽히 걷어내지 못하고 짧게 떨어져 골문 앞에 있던 우하이가 강력한 왼발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정성룡이 손을 쓸 수 없는 슈팅이었다.
후반 32분에는 장현수가 우레이의 돌파를 막다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프리킥을 허용했다. 키커로 나선 하오준민의 프리킥이 절묘하게 왼쪽 골문으로 감겨 들어갔다. 위험 지역에서 경고까지 받으며 파울을 내준 장현수의 수비와 견고하지 못했던 수비벽도 아쉬움을 남겼다. 두 번째 골 역시 정성룡의 실수라기보다는 상대 키커의 슛이 좋았다.
계속 흔들린 한국 수비는 후반 38분 동점이 허용할 뻔한 아찔한 장면도 노출했다. 한국의 우측 측면이 뚫린 크로스가 골문 정면에 있던 중국 선수의 머리에 정확히 맞아 세 번째 실점 위기를 맞았다. 바로 앞 노마크 헤딩슛을 슈퍼 세이브로 걷어낸 정성룡의 선방이 없었다면 경기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 몰랐던 위험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중국전을 마친 뒤 비난의 화살이 정성룡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첫 실점의 빌미가 된 오재석의 실수가 아쉽다”며 정성룡이 아닌 수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골키퍼는 최종 수비수다. 결과적으로 수비 불안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짊어질 수밖에 없다. 정성룡도 중국전을 마친 뒤 “우리 스스로 실수를 줄이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며 “이제 시리아전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 원정까지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며 책임을 통감했다.
한국은 오는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 팔로이 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2차전을 갖는다.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수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