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가상현실(VR)이 만드는 ‘더욱 입체적인 세상’

2016-08-29 17:24
  • 글자크기 설정

VR 기술을 통해 우리는 전대미문의 입체적인 세계를 볼 수 있게 됐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인민화보 판정(潘征)기자 =VR이란 무엇일까? 작년 하반기부터 이 영어 약자는 우리의 생활 속에 무서운 기세로 스며들고 있다. 기술 분야는 물론이고 금융투자산업에서도 이 단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VR’이란 ‘Virtual Reality’의 약자로서 ‘가상현실’을 의미한다. 공식적인 정의에 따르면 VR은 컴퓨터 그래픽 시스템과 각종 현실 및 컨트롤러 등 인터페이스 설비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컴퓨터에서 구현되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3D 환경을 통하여 몰입감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1983년부터 시작된 VR 연구
‘VR’이라는 말은 언뜻 신선하게 들리지만 사실 신조어는 아니다.

미 육군과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이미 1983년부터 ‘분산 대화형 시뮬레이션(DIS)’에 대한 연구와 응용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가상현실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VPL사 창업주 재론 래니어는 1987년 10만 달러짜리 VR용 헬멧을 고안해 냈다. 1995년에는 일본 콘솔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가 ‘버추얼 보이’라는 VR 기술을 활용한 가정용 3D 게임기를 출시했지만 당시 3D 영상 품질이 떨어지고 사용자 경험도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 비싼 가격 등의 이유로 전세계 판매량은 70만대에 그쳤다. 그 후 시장에서 이 제품은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중국에서도 VR이 처음 나온 지 이미 20년이 흘렀다. 1996년 중국의 첫 VR 관련 저서인 『영경(가상현실)기술의 이론, 구현 및 응용』이 출간된 후 같은 해 중국 정부는 이른바 ‘863 계획(국가첨단기술연구발전계획, 86년 3월에 제정)’에서 ‘분산형 가상환경’을 핵심 사업으로 확정하며 ‘DVENET(Distributed Virtual Environment NETwork·분산식 가상환경 네트워크) 계획’을 실행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들어 VR은 기술적 정체기에 직면했다. 황신위안(黃心淵) 중국 촨메이(傳媒)대학교 애니메이션디지털아트대학 학장은 당시 VR 기술이 부딪혔던 많은 한계 가운데 체험감(體驗感)이 가장 주요한 문제점이었다고 분석한다. 당시 디스플레이 장비와 관상용 장비는 체험감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황 교수는 “이 밖에도 VR의 콘텐츠 생산비가 무척 비쌌던 것 역시 1990년대 후반 VR 기술의 응용이 극히 제한되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2013년 이후 하드웨어 설비와 콘텐츠 생산기술이 발전하며 VR이라는 단어가 다시 한번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5년 VR 기술이 점점 더 현실에 가까워지며 몰입형 체험이 전세계를 휩쓸자 관련 산업도 서서히 수면 위로 그 윤곽을 드러냈다.

2016년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VR 원년’이라 일컬어진다. 관련 통계치에 따르면 2015년 전세계 VR 단말기 출고량은 220만대에 달했다. 또 향후 3년 간 전세계 VR 단말기 출고량은 매년 2배씩 늘어나 2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은행은 2020년이 되면 VR 단말기, 인터넷, 소프트웨어, 컨텐츠 시장 규모가 무려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예측했다.

“VR은 인류의 생존상태와 관련한 하나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VR은 앞으로 인류 역사상 두 번째 대이동을 촉발할 것이다. 이는 막기 어려운 추세다.” 공상과학(SF) 소설 『삼체(三體)』의 저자인 류츠신(劉慈欣)은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인류는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미래의 비현실적인 세계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VR 기술을 통해 미래의 가상세계에 대해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몰입형 체험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기와 장비, 스크린 속의 가상세계를 통해 체험을 한 후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와 반성을 해 보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류 작가의 말 속에서 VR이 미래 인류세계에 가져다 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VR과 산업 융합

‘VR 원년’에 들어서며 각 산업계에서 VR과의 접목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VR 역시 각 산업과 활발히 화학작용을 하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각종 산업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VR은 특히 영상 산업과 긴밀하게 융합 중이다. 먼저, 우리가 집이 아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체험감’ 때문이다. 영화 산업은 3D에서부터 줄곧 ‘몰입형’ 체험감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때마침 VR과 영상 산업이 융합함으로써 이 같은 체험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VR을 통하면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카메라의 언어’는 중요성을 잃게 된다. 감독은 스토리만 제공하면 되고, 이에 대한 통제권은 이제 관객의 손으로 넘어간다. 영화 속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객의 시선은 꼭 주인공에게 머무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한 눈에 훑어볼 수 있기 때문에 VR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관객은 과거 ‘방관자’일 때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참여자가 된다.

그러나 VR 영상은 영화인들에게 크나큰 도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리아오(李奧)는 자신의 영화사업을 위한 기술 솔루션을 찾던 중 VR을 접한 뒤, 이에 깊이 빠져들어 본격적으로 VR 영화 촬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존 영상 제작 과정과 서술구조 및 영상과 카메라 언어는 모두 360VR 영상에서 완전히 뒤집어지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제작 과정에서 전체 구조가 뒤집어지는 것은 아니고 전보다 다소 번거로워질 뿐이긴 하지만, 영상 속 이야기 서술구조와 카메라 언어는 반드시 기존의 ‘예술적 사고방식’을 잊고 ‘기술적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만 한다고 그는 말했다. VR 영상 제작이 까다로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연출가이자 VR 이론 강사인 리아오(李奧)가 홍콩 중문대학교에서 학생들과 VR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사진= 리아오(李奧) 본인 제공]


VR과 게임의 경우 첫 만남부터 ‘불꽃’이 튀었다. 게이머를 몰입형 가상세계로 집어넣는 과정에서 VR 기술은 게임의 체험감을 크게 개선해 준다. VR 게임은 VR 기술이 응용된 첫 소비자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게임업계에서도 해당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게임의 오락성을 높이기 위해 게임 배경을 더욱 실제와 같게 만들고 동작도 실제와 흡사하게 만들려 노력한다. 그런데 VR 기술을 활용하면 게이머가 마치 진짜 현실 속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와 보람을 가상세계에서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VR 기술은 부동산 산업에도 응용된다. 현재 중국의 완커(萬科), 뤼디(綠地) 등 대표적인 부동산업체는 VR 기술을 적용해 구매자들의 매물 체험과 매수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매수인들은 VR 기술을 이용해 1인칭 시점으로 모델하우스에 들어가 집안의 구조를 세밀하게 체험해 볼 수 있으며 방의 크기와 가구의 배치, 심지어 창문을 통해 단지의 녹화 수준과 건물 간 거리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계절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과 창 밖의 풍경 변화도 시뮬레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어 실제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주택 매수를 완료하면 VR 기술의 ‘버튼 하나’로 인테리어 스타일 문제까지 해결된다. 웨이중양(魏忠陽) 메이팡윈커(美房雲客) 창업자는 “VR과 부동산이 결합했을 때의 폭발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 VR은 부동산 시장에서 향후 10년 간 100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이 중 최소한 50% 이상은 중국 시장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VR 기술은 교육시장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지리 교사가 카르스트 지형을 설명하려고 할 때 VR 기술을 이용해 학생들이 중국의 윈난(雲南), 광시(廣西) 등 산간지역을 ‘걷게 하도록’ 하기만 하면 카르스트 지형의 형성과 특징 등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육 방식은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크게 유발하고 지식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시장 선점 나선 中기업들

오큘러스의 리프트(Rift)나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PS), HTC의 바이프(Vive) 등 점점 더 많은 VR 제품이 속속 발표되면서 2016년은 사실상 ‘VR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인터넷 회사 몇 곳과 단말기 제조업체가 가상현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눈치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2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14억 달러를 들여 매직리프(Magic Leap)을 인수한 구글은 VR 플랫폼인 데이드림(Daydream)을 준비 중이다. 심지어 소니, 삼성 등 기존 거대 기업마저 자체적인 제품과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6중국(베이징) VR/AR 응용 및 혁신 정상회의가 최근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회의장 밖에서 관객들이 다양한 VR 장비를 쓰고 VR이 주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판샤오밍(潘曉明) AMD 글로벌 부사장이자 범중화권 사장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VR이 차세대 정보의 상호교류 및 SNS 등을 응용한 매개이자 창구가 될 것이라는 것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무수히 많은 창업자들이 지금도 우후죽순처럼 VR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직 VR 산업 초기 탐색단계에 있긴 하지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기업들은 이미 본격적으로 VR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7월 말 첫 인터넷 가상현실 쇼룸을 공개했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가상의 오프라인 쇼핑을 체험할 수 있다. 가상현실 헤드셋 또는 글래스를 착용하고 샵에서 구경하는 모습을 구현한 형식이다. 현재는 알리바바가 일종의 중간자 역할을 하며 콘텐츠 개발자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형태지만, 알리바바는 동시에 VR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거대한 VR 생태계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올해 초 알리바바는 증강현실(AR) 기술 기업인 매직리프에 주도적으로 신규 투자를 진행한 한 바 있다. 이번 투자로 인해 기업가치 45억 달러로 추정되는 매직리프는 7억9350만 달러의 자금을 수혈 받게 됐다.

최근 아이치이(愛奇藝)나 여우쿠투더우(優酷土豆) 등 동영상 사이트도 잇따라 공개발표회를 열고 VR 동영상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아이치이는 지난 5월 VR 단말기 ‘iVR+’ 키트를 공개하며 ‘VR 생태계 인센티브 플랜’을 통해 10곳의 주요 인기 IP에서 VR을 구현함과 동시에 100개의 정상급 IP를 개방하여 게임 합작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여우쿠투더우의 전략은 ‘화(和) 플랜’이라 불린다. 즉 중국의 우수 VR 콘텐츠 제작팀 및 해외의 전략적 파트너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합작 형태로 우수한 동영상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또 관련 투자펀드 풀(pool)을 조성해 우수 VR 프로젝트를 육성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가치사슬을 대상으로 한 개방형 합작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화웨이(華為) 룽야오(榮耀)와의 합작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VR 단말기를 증정하고 가치사슬 합작 파트너와 1년 안에 3000만명의 360VR 사용자를 확대하겠다는 등의 계획도 가지고 있다.

화웨이 룽야오, ZTE 등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도 자체 VR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샤오미(小米) 역시 올해 내에 자체 제작한 첫 VR 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 굴지의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각계에서는 모두 VR에서 나오는 ‘노다지’를 캐기 위해 분투 중이다.

중국의 VR 시장 경쟁이 한창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류 작가는 VR 산업 발전 전망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어떻게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여전히 우수한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아무리 정밀해진다 하더라도 핵심 경쟁력인 우수한 콘텐츠가 없다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리 감독 역시 “중국의 VR은 하드웨어와 콘텐츠 제작 면에서 국제적인 수준과는 격차가 있다”며 “광학렌즈, 프로세서, 생산공정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일정한 격차가 있으며, 콘텐츠 제작 부문 역시 기존 산업에 갇힌 사고방식과 인재 수준의 차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과 해외 VR 수준의 격차를 전혀 좁힐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대표 기업들이 VR 산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대기업이 보유한 탄탄한 자본과 기술력은 중국과 해외 정상급 기업들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VR 콘텐츠 제작의 경우 개인적으로 해외 제작팀과 교류할 때 이들 역시 수많은 새로운 문제 앞에서 곤혹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전통적인 사고와 마인드 측면에서 혁신과 시도를 계속한다면 신기술 앞에서 우리 모두는 같은 출발선상에 놓이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VR 원년’인 2016년에는 더 많은 분야에서 VR의 컨셉과 기술이 도입되게 될 것이다. 다량의 VR 제품 역시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VR이 결국 어떤 산업에서 꽃을 피우게 될지, 어떤 제품과 어떤 기업이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VR 업계의 왕좌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찬찬히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와 사진은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