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세계은행 홈페이지]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세계은행 이사회가 2017년 6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용 총재의 연임 여부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8일 세계은행 직원조합은 이사회에 리더십의 위기를 내세우며 총재 교체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은행 이사회는 지난 8월 1일 비공식회의를 통해 총재 인선에 관해 논의했으며 일부 이사들은 김용 총재의 연임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8월 휴가 기간이 끝나면 다시 모여 구체적인 시간과 선임 절차 규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총재는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세계은행 직원조합이 투명한 총재 인선 절차를 촉구하며 김용 총재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
파이낸셜타임즈는 직원들 사이에서 김용 총재가 추진하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피로감이 쌓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WSJ는 직원조합의 서한이 김용 총재의 연임을 무산시킬 수는 없겠지만 리더십 교체를 고려하는 이사진들에게 김 총재의 연임을 설득시키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현지시간 8일 세계은행 직원조합은 서한을 통해 “연례 직원 설문조사에서 세계은행이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합은 고위 경영진이 조직을 이끄는 방향을 이해하는 이들은 1/3에 그쳤고 고위 경영진이 투명성과 신뢰의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그보다 더 적었다고 전했다. 이 서한에는 1만5000여명의 직원 중 약 9000명이 사인했다.
아울러 조합은 이제 세계은행은 미국인이 아닌 다른 국적의 총재가 이끌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조합은 "세계은행은 좋은 거버넌스, 투명성, 다양성, 국제적 경쟁, 선택의 가치라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총재 선임에는 이러한 원칙들이 적용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수십년째 밀실거래에 따른 미국인 남성 총재를 받아들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이 체결된 이후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를 임명하고 유럽이 IMF 총재를 임명하는 등 불문율로 자리잡은 국제 금융기구의 총재 선출 관행을 종식할 것을 요구해왔다.
2012년 세계은행 총재 선임 과정에서는 일부 신흥국들이 당시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인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를 총재로 밀었지만 미국 정부는 기존 관례를 따르며 당시 다트머스 대학교 총장이었던 한국계 미국인 김용을 총재로 임명했다.
올해 초 김 총재는 연임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나 공식적으로 재임명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사회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최근 이사진들에게 세계은행의 구조조정을 완료할 수 있도록 연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