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각 명단을 공개했다. 핵심 관료를 유임하거나 최측근을 새로 내정함으로써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기반으로 아베노믹스(아베의 경제 정책)의 부활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당규 개정으로 '최장기 총리'로서의 포부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
지지통신, NHK 등 현지 언론이 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개각에서는 각료 19명 중 신설 1명을 제외하고 연임과 신임 발탁이 각각 50%의 비율을 보였다. '대규모 개각'이라고 평가 받던 지난해 10월 3차 개각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다른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 1억 총활약 담당상도 자리를 지켰다. 이 자리는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위한 아베 총리의 구상을 바탕으로 지난해 신설됐다. 1억 총활약 사회는 50년 뒤에도 인구 1억 명이 유지되고 국민 모두가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뜻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충분한 노동 인구를 확보하고 실업 걱정 없이 일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가토 담당상은 이번에 신설된 '개혁담당상'까지 겸임하게 된다.
측근 기용은 자민당 인사 개편에서도 엿보인다. 아베 총리는 집권 자민당의 간사장(사무총장)에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총무회장을 기용하기로 했다. 공석이 된 총무회장에는 호소다 히로유키가 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나카이 총무회장은 그동안 총리의 임기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이런 흐름을 타고 아베 총리가 '최장기 총리'로서의 포석을 다지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자민당 당규에 따르면 총재의 임기는 3년으로, 2연임 최대 6년으로 제한된다. 2012년 집권을 시작한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에 재선되면서 총리직 임기도 3년 연장돼 집권 기간이 오는 2018년 9월까지 늘어났다. 이번에 당규 개정이 이뤄진다면 또 다시 임기가 3년 늘어나 2021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참의원 선거 압승 이후 개헌 등의 숙원 사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아베 총리로서는 '최장수 총리'가 되는 동시에 개헌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어 정치적으로 숨통이 트이게 된다.
여성 관료를 기용한 점은 신선하다는 평가다. 방위상의 새로운 주인이 된 이나다 도모미가 그 주인공이다. 다소 인지도는 낮지만 과거 정책개혁담당상과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맡으면서 아베 곁을 지켜왔다. 다만 우익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은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나다 내정자는 그동안 독도(일본명 다케시마)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한일 위안부 협의가 이행되려면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새로 내정된 마쓰노 히로카즈 문부과학상도 우편향 인사 중 한 명이다. 마쓰노는 일본군의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미국 신문 광고에 동참하기로 했다.
전임 하세 히로시 문부과학상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왔던 만큼 아베 총리의 획일적인 극우 노선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내각이 한국과 교육·외교 면에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