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ISA 은행들 애물단지로 전락하나?

2016-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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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은행에서 판매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수익률을 열어보니 증권사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기업은행의 경우 수익률을 잘못 공시하며 신뢰성마저 의심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출시 초반 고액 경품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를 대거 유치했지만 결국 비용만 낭비하고 헛수고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ISA 출시 초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 수를 많이 확보했지만 수익률, 고객 이탈 등 다양한 악재로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실제 지난달 11일 기준 은행권의 일임형 ISA 가운데 전체 수익률 상위 30위 안에 드는 모델 포트폴리오는 단 하나도 없었다. 범위를 50위로 넓혀도 우리은행의 고위험·저위험 모델 포트폴리오 두 개에 불과했다. 이들 두 상품의 출시 초기 3개월 수익률은 1.38%, 1.77%에 그쳤다.

이외에 KB국민·신한·기업·농협은행 등의 일임형 ISA 수익률은 1% 내외로 은행 예금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상품도 9개에 달했다.

더욱이 수익률 공개하는 과정에서 실제보다 높게 공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고위험 스마트 모델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2.05%로 공시했다. 이는 은행권 일임형 ISA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가입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중도 가입자들의 수익률까지 반영한 수치라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다른 금융사들은 3개월간의 수익률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지난 4월 11일의 최초 가입자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산출했는데 기업은행만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최초 가입자를 기준으로 산출한 기업은행 고위험 스마트 모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0.84%에 그치며 최고 공시된 수익률과 1.21%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깡통계좌가 많다는 점도 걱정을 키우고 있다. 출시 초반 은행들이 고객수 확보에만 몰두한 탓에 가입금액 1만원 미만의 깡통계좌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은행권은 신탁형과 일임형 포함 212만3552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가입금액은 1조7202억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증권사는 가입자 24만313명, 가입액 7353억원이었다.

이처럼 은행이 전체 가입자의 90%에 달하는 압도적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1만원 이하 깡통계좌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은행권의 1만원 이하 계좌 비중이 6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이번 수익률 공개로 은행들이 증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운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증명된 만큼, 가입자가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출시 당시 자동차, 골드바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걸며 유치한 가입자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현재 은행들은 3개월마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고객이 대거 이탈할 경우 헛수고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에 결국 시간이 지나면 ISA가 고액의 마케팅 비용만 낭비한 은행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출시 초반 은행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기존 고객 바탕으로 가입자 수는 많이 확보했지만 결국 시장 우려대로 실망스러운 수익률을 기록했다"면서 "향후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으면 확보한 가입자가 다 빠져나가고 말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3개월 수익률로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면서 "ISA 장기 보유 상품이기 때문에 1년 이상 장기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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