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숙 기자의 차이나 톡] 中 ‘한류차단’ 일회성 아니다

2016-08-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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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임이슬 기자 90606a@]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2003년 봄, 중국의 한 대학교 1학년 방송저널리즘학 수업시간. 지루하게 돌아가던 수업 중 교수가 별안간 한국드라마 '인어아가씨' 시청 소감을 늘어놨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의 전기밥솥과 한국 여성들의 소비패턴 등과 함께다.

​그렇게 중국에 상륙한 한류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하던 교수에게서 기자는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들었다. 바로 한국 드라마의 방영을 야심한 시간대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 교수는 "한국으로의 중국 콘텐츠 수출은 미미한데 반해 '왜 우리(중국)는 한국드라마를 일방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당시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인어아가씨'는 낮 시간대에 중국 대륙의 여성들을 텔레비전 앞에 앉혀놨고, 중국시장에서 무섭게 질주하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경계심이 '심야 방영' 이라는 교수의 희망사항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중국의 황금 시간대는 저녁 8시 전후로 중국 국영방송 CCTV 종합뉴스 시간대를 말한다.

이 황금시간대에는 보통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국공내전 드라마나 중국의 고전물, 또는 반일 정서를 고취시킬 만한 드라마 등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로 그 후 '인어아가씨'는 밤 11시에 방영됐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밤 10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었고 학교 기숙사도 10시가 되면 소등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무도 텔레비전 앞에 앉지 않을 시간에 한국드라마를 방영한 중국. 하지만 그런 조치는 중국인들 사이에 새로운 생활 패턴을 등장시켰다. 늦은 시간에 재미있는 한국드라마를 보느라 잠을 설친 이웃에게 '잠을 잘 잤느냐'는 아침인사는 곧바로 드라마 스토리에 대한 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당시 중국은 한류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일까.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한중 민간 영역에서 갈등이 폭증하던 시기였다. 당시 중국의 방송 정책과 심의를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廣電總局)이 한국 드라마 편성시간대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없었다.

아울러 교수가 한 발언도 개인적 생각일 것이다. 다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 교수의 그런 생각은 중국의 미디어 종사자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던 생각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이 대학교가 공산당 산하라는 점과 교수의 신분이 학과장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교수의 그와 같은 발언은 중국 정부가 갖고 있는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인식과 악용 가능성을 그대로 드러낸 일화였다.

그 후 13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지난 6월 중국 광전총국은 외국 방송으로부터 판권(포맷)을 사들인 프로그램의 황금시간대 편성을 제한하고 자체 창작 프로그램 편성을 늘리라는 내용의 지침을 각 방송국에 내려 보냈다.

이는 기자가 처음 관련 소식을 접한 지 10년 이상 지난 후에도 바뀐 것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의 가치와 문화를 중시하며 외국 방송 콘텐트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광전총국은 △중국 방송사가 외국 기관과 협력해 만든 프로그램 △외국인을 주 제작자로 기용해 만든 프로그램 △외국인이 프로그램 제작에 지도적 역할을 해 만든 프로그램 가운데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완전하게 소유하지 못한 프로그램의 경우는 ‘판권 구매에 의한 외국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한류 스타 활동 및 한국 콘텐츠 제작 등을 금지하라는 지침을 각 방송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가 실제로 대대적 규제를 시행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결정에 따라 가해지는 보복성 조치라는 주장도 함께다.

하지만 10여 년 전 기자와 함께 공부한 친구이자 최근 중국 최고의 예능 채널이며 한류 생산기지인 중국 후난 TV에서 PD로 일하는 펑위에민은 "최근 광전국에서 한국을 포함한 해외 스타들이 국내(중국) 프로그램 출연시 정부로부터의 승인을 받는 것을 규제 한 것 맞다"고 말했다.

펑위에민은 그러나 "한국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류스타에 대한 제한과 규제가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많은 스타들이 중국과 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있고 많은 한류스타들이 오늘도 예능프로에 나온다"고 덧붙였다.

역사는 늘 반복을 거듭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10여 년 전 지금과 같은 문화콘텐츠 규제가 예고됐던 것처럼, 10년 후 우리에게 닥칠 문제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중국은 항상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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