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정부가 당정 정책 간담회를 통해 28조 1000억 엔 규모의 대형 경제 정책을 확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구체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개각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세부 계획이 나와 '집권 새판 짜기'를 본격화할 것인지 주목된다.
NHK 등 현지 언론이 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새로운 경제 정책안의 투입 금액은 예상치를 다소 웃돌긴 했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 가운데 7조 5000억 엔은 일본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 지출로 마련한다. 민간 사업에 정부가 장기간 저리로 융자해주는 '재정투융자' 방식을 통해서도 6조 엔을 투입하는 조치를 통해 13조 5000억 엔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육아나 방문 간호 등의 분야에 우선 3조 5000억 엔 정도가 사용된다. 기업 보조금을 늘려 육아 휴직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줄이고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기회는 늘리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남성 육아휴직률 13%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이 직원 5명 이상인 전국 395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은 2.65%에 불과했다. 여성 육아휴직률은 81.5%로 전년도보다 5.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내수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1인당 1만 5000엔을 지급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지급 대상은 2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 모델로는 인프라 투자 확대 방안이 나왔다. 예산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0조 7000억 엔을 인프라 분야에 투자해 리니어 중앙 신칸센 전철 개통을 최대 8년 앞당기고, 대형 유람선을 활용할 수 있는 대형 항구 건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본격적인 개각을 하루 앞두고 발표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아베 총리는 집권 자민당의 간사장에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총무회장을 기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나카이 총무회장은 그동안 총리의 임기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최장수 총리 만들기' 프로젝트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현행 자민당 당규에 따르면 총재의 임기는 3년으로, 2연임 최대 6년으로 제한된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이 야당이던 시절인 2012년 9월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그해 12월 총선을 거쳐 집권했다. 임기말인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에 재선되면서 총리직 임기도 3년 연장돼 오는 2018년 9월까지 집권할 수 있다. 아베 총리로서는 개헌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다만 러시아와의 북방 영토 문제, 한국과의 위안부 문제 등 외교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유임하기로 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제2차 아베 내각(2012년 12월) 출범 이후부터 줄곧 주요 외교 문제를 담당해왔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번 개각에서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단기적인 내수 진작보다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꾀하겠다"며 "내년도 예산 편성과 관련 2020년도 재정 건전화 목표로 1억 총활약 사회 실현 등의 우선 과제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