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5일 유창식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유창식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4년 4월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홈 개막전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1회초 상대 3번 타자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줬다고 자수했다.
하지만 자수 후에도 또 다른 승부 조작 사실이 밝혀졌다. 2014년 4월1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도 선발 등판해 같은 수법으로 1회초 3번 타자 조쉬 벨에게 볼넷을 내줬다. 한 번만 더 믿어보려 했지만, 또 다른 실망만 남겼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의 정정 당당한 승부는 팬들이 스포츠를 보는 이유다. 하지만 연이은 승부조작으로 인해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향후 열린 프로야구에서 1회 볼넷이 나온다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이거 또 승부 조작 아니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과거의 일에 대한 반사적인 기억이다.
2012년 승부조작으로 크게 흔들렸던 프로야구이기에 참담함은 더욱 크다.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의 2011시즌 경기 승부조작이 적발돼 둘은 영구제명 됐다. 두 선발 투수 모두 두 차례씩 1회 볼넷을 내주는 승부 조작을 했다.
이후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와 당시 8개 구단의 사장들은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에서는 여전히 4년 전과 똑같은 수법의 승부 조작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잘못은 승부 조작을 한 선수에게 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듯하다. 선수들을 교육하고 이끌어야 하는 한국야구위원회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반전인 시스템의 문제도 크다. ‘스폰서 문화’는 프로야구의 오랜 병폐다. 접대 등으로 선수에게 교묘하게 접근한 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드는 스폰서들은 치밀하고 조직적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도 큰 문제다.
강력한 처벌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다. 이번에 어두운 부분을 깨끗이 도려내야 승부조작이 반복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