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법은 공급과잉 업종에 속한 기업이 사업 재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상법이나 세법,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김진규 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은 18일 한국거래소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샷법에 대해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장사협은 2015년 입법과정부터 원샷법 제정을 위해 애써왔다. 정·재계 간담회에 참석해 원샷법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단체와 함께 기업활력제고법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내고 입법촉구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법안 통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김진규 부회장은 "실제 상장회사협의회에 가입된 기업 가운데 대기업집단 계열사 비중은 16%밖에 되지 않는다"며 "원샷법은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협이 2014년까지 5년 동안 인수·합병(M&A)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82.6%에 달했다. 원샷법 시행으로 이런 중소·중견기업이 손쉽게 사업 재편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법안 시행으로 중소ㆍ중견기업에는 금융지원을 비롯한 혜택도 추가로 제공된다.
꼭 원샷법이 아니더라도 상장사협이 하는 일 가운데 많은 부분이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과 연관돼 있다.
김진규 부회장은 "기업법제팀과 회계제도팀은 회원사에게 질 높은 실무 콘텐츠를 지원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원하는 정보를 어느 기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 상장사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협은 2015년 한 해에만 상장사 실무진 1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증권과 공시, 회계, 법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140여차례 교육을 실시했다. 질의상담도 1만여건에 달했고, 47회에 걸친 현안관련 설명회와 세미나도 열었다. 이런 활동은 대기업집단보다 정보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기업에게 더 큰 도움이 됐다.
김진규 부회장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상장사협은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보다는 실무진과 자주 만나 세밀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하고 얘기를 듣는다"며 "뭉뚱그려 기업 입장을 대변하거나 무조건 지원하는 대신 실질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최고재무책임자(CFO) 포럼 및 상장사 감사회, 교육연수를 통해 기업 실무자 및 책임자가 원하는 모임과 연수를 주관하고,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을 증진하는 소통 기회도 마련한다.
상장사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책당국과 소통하고, 상장사 관련 정책 수립이나 제도개선 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가교역할을 해왔다.
이전까지는 하는 일에 비해 인정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기업도 상장사협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기 시작했다.
김진규 부회장은 "올해 기업규제 법안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자, 기업이 먼저 우리에게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며 "우리 의견서 제출에 대해 궁금해 하고, 솔직한 입장과 반대 논리까지 전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이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수많은 상장사가 질타를 받고 있다는 게 상장사협 측 의견이다.
김진규 부회장은 "20대 국회가 개원한 후 이달 11일까지 기업규제 관련 법안이 67건이 발의됐는데, 하루 평균 2건에 달한다"며 "기업 규제 법안을 상시 모니터링해 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나라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기업을 위한 정책건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사협은 기업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하려 노력하지만, 상장사가 룰을 어겨 비난받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상장사 권익 옹호'와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규 부회장은 "원샷법처럼 회원사 목소리가 법에 반영되는 데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이 자정작업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기업 활동이 자본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면이 있다면, 이런 부분도 논의하고, 조율하는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